[@뉴스룸/김재영]이제는 결과로 말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1일 03시 00분


김재영 경제부 기자
김재영 경제부 기자
5월 초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 당시 건설업계는 ‘이란 특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정상외교의 성과로 인프라 및 에너지 재건 분야를 비롯해 모두 66건의 양해각서(MOU)와 가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최대 456억 달러(약 52조 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할 발판이 마련됐다”며 “역대 최대 경제 외교 성과”라고 자찬했다.

하지만 요란스러웠던 넉 달 전과 달리 아직까지 기대했던 ‘잭팟’은 터지지 않고 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 합의각서(MOA) 등이 대부분이어서 갈 길이 많이 남은 데다 가계약 단계까지 진행된 사업들도 본계약까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의 종합정보서비스에 수록된 올해 계약 공사 목록에 이란 관련 내용은 ‘2016 테헤란 한국우수상품전 부스 설치 공사’(47만 달러·약 5억3000만 원)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이란 특수’가 신기루에 불과했다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수주 낭보가 끊어지면서 해외 건설 수주액도 바닥을 기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20일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은 183억9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38억5000만 달러)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수주 텃밭이던 중동은 57억1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2%나 감소했다. 이대로라면 2007년 이후 9년 만에 연간 수주액이 400억 달러를 밑돌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해 “아직 본계약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프로젝트별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스파한과 아와즈를 잇는 541km의 철도 사업(53억 달러)은 기본설계 중이고, 19억 달러 규모 바흐티아리 수력발전소 공사도 가격 등을 협의 중이며, 정유공장 가스복합발전소 등은 타당성 조사에 착수한 상태라는 것이다.

국토부는 또 “수주 가뭄 해소를 위한 다양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달 초 해외 인프라와 플랜트 주요 발주처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불러 한국 기업들을 소개하고, 장차관이 매달 수주지원단을 이끌고 해외 건설 세일즈에 나서고, 중동과 플랜트에 치중된 해외 건설 사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한 ‘한국형 스마트시티’ 수출을 히든카드로 발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만으로는 2%가 아쉽다. 지역별 맞춤형 수주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최근 중동 주요 국가들이 저유가로 재정이 악화되면서 투자 개발형 사업이나 시공자 금융 제공 등의 형태로 인프라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일본 등 경쟁국은 이에 대비한 금융 상품을 만드는 데 여념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에 비해 대규모 자금을 장기간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물론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정부도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말만 기다리고 있을 순 없다. 이제는 노력이 아니라 결과로 말해야 할 때다.
 
김재영 경제부 기자 redfoot@donga.com
#mou#해외건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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