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어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1991년 12월 남북이 함께 발표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사실상 사문화(死文化)한 상황”이라며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했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 북한 김정은에게 공포를 안겨야 한다는 발언이 야당 의원에게서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도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해 자체 핵 개발, 선제타격, 북한 정권 붕괴까지 모든 수단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가 외교안보에서 모처럼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에 대해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장관이 “한반도 비핵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한 것은 안이해 보인다. 한 장관은 “북핵은 한미동맹으로 억제할 수 있으며 미국의 핵우산을 포함한 미사일방어 능력 등 모든 군사적 노력을 통해 핵 억제 계획을 발전시키고 있다”면서 시종일관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한 장관은 김정은 제거를 위해 전담 특수작전부대를 운용할 계획까지 밝혔다. 사실이라면 군 기밀사항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경솔한 발언이다. 한 장관은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경우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강경 발언을 쏟아냈지만 안보는 말 폭탄으로 하는 게 아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북한이 한국을 침공해도 미국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방어는 한국인 스스로가 책임지라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정부는 어떻게 대처할 작정인지 모르겠다. 미국 본토 어디로든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날릴 수 있게 된 김정은이 미군 철수를 요구하며 ‘북-미 평화조약’을 제안한다고 해도 정부는 한미동맹만 믿고 있을 것인가.
국회는 어제 본회의에서 북한의 핵 폐기와 정부에 특단의 조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외교안보 국방책임자들은 북의 협박에 맞설 치밀한 전략으로 국민을 대표한 국회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북한은 풍계리 3번 갱도 입구에 대형 위장막을 설치해 6차 핵실험을 예고했다. 북핵 실전배치가 눈앞에 와 있는데도 틀에 박힌 답변만 내놓는 당국자들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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