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북한에 산화알루미늄 등 핵 물자를 수출해 온 것으로 드러난 중국 랴오닝훙샹그룹에 대해 중국과의 공조하에 대대적인 제재에 들어갔음을 공식 확인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보좌관은 20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훙샹그룹 사태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핵 관련) 물자나 기술들이 북한에 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등을 포함한 모든 제재를 전면적으로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 정부는 중국 기업의 대북 교역에서 우려할 만한 정보를 접하면 중국 정부에 이를 즉각 알린다”고 말해 최근 진행되고 있는 중국 당국의 훙샹그룹에 대한 자산 동결 등 제재 조치가 미국의 요청에 따른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당국은 마샤오훙(馬曉紅) 회장 등 그룹 관계자 11명을 전격 체포했다고 채널A가 보도했다. 단둥(丹東) 현지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엄중한 경제범죄’로 훙샹그룹을 조사하고 있다”며 “북한의 위조 달러 밀매에도 관련돼 있다는 소문이 퍼져 회사 분위기가 흉흉하다”고 귀띔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6월 중국 내에서 위조 달러를 취급한 혐의로 북한 공작원 3명을 체포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훙샹그룹과의 거래가 드러났다”고 전했다. 마 회장 등 고위층이 북한 공작원 체포 직후 공안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때 구속된 공작원은 현금 3000만 위안(약 50억 원)과 금괴도 갖고 있다가 압수됐다고 보도했다. 공작원이 갖고 있던 현금은 5월 노동당 7차 대회를 치르면서 북한 주민에게 보급한 가전제품, 생활용품 등의 대금을 지급하기 위한 것이었다. 공작원이 북한에서 500만 달러(약 56억 원)를 갖고 와 중국 은행에서 환전했는데 여기에 위조 화폐가 포함돼 있었다는 소문이 돈다.
● 훙샹그룹 급성장 뒤봐준 단둥시 간부 30명 조사
훙샹그룹 대북거래 마샤오훙 회장, 2006년 언론 인터뷰서 “정치 바람 바뀌면 대북사업 끝장” 오바마, 리커창에 “사드 배치 불가피”
21일 오후 북한과 맞닿은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에 도착하자마자 최근 북한과의 불법 거래 문제로 미국과 중국 양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단둥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에 전화를 걸었다. 공상관리국(전화국)에 등록된 전화번호는 ‘없는 전화번호’라는 안내가 흘러나왔다. 114 안내에 등록된 전화는 불통 상태였다. 미국 검찰의 요청으로 중국 당국이 수사에 나서면서 10여 개 계열사 중 일부는 이미 업무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8시경 빈장중(濱江中) 로 단둥철교 인근 북한 식당인 ‘류경식당’은 정상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한국 손님을 받지 않는 영향으로 과거보다 손님이 많지 않았다. 이 식당 역시 훙샹그룹이 북한 측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1층 식당 위층으로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핵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금수(禁輸) 물질인 산화알루미늄을 판매한 훙바오실업발전유한공사와 훙샹국제여행사 등이 입주해 있다.
단둥 안팎에서는 훙샹그룹이 10여 년 만에 1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회사로 급성장하는 뒤를 봐준 권력까지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대북 매체 데일리NK는 20일 “훙샹그룹 마 회장의 진술을 통해 단둥 시 공공기관 간부 30명 정도가 조사를 받고 있으며 해관 간부들도 물갈이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단둥 시 정부가 훙샹을 지원했다”며 “올해 6월 중국 상무부가 훙샹의 석유제품 수입을 허락한 것은 ‘특별한 배려’ 없이는 어렵다”고 말했다.
단둥의 다른 소식통은 “단둥에는 훙샹처럼 ‘해관 통관 대행’을 해주는 비교적 규모가 큰 업체만도 10여 곳에 달하고 정식 통관 절차를 밟지 않고 밀수를 통한 거래도 적지 않다”며 북한과 불법 거래를 한 업체들이 또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훙샹 외에 단둥의 10여 개 무역회사 무역대표가 체포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돼 조사받는 것으로 알려진 훙샹그룹 마 회장은 2006년 난팡(南方)주말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사업은 매우 아슬아슬해 정치적 바람이 바뀌면 우리 사업은 산산조각 날 수도 있다”고 말해 이번 수사로 그의 발언이 현실이 됐다고 단둥의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미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전날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의 뉴욕 회동에서 중국 측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불가피성을 재차 강조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백악관이 사드 배치를 공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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