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東京) 하네다(羽田) 공항에 내려 자동차로 10여 분을 달리면 작은 마당이 있는 일본의 전통가옥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타(大田) 구 주오(中央) 로 8-45-13번지에 자리 잡은 이 집은 평범한 가정집처럼 보이지만 일본 규제개혁의 ‘상징’이다. 기존 숙박업자들의 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도쿄 도와 오타 구가 추진한 ‘가정식 민박’의 첫 사례다. 집 안에 들어서면 곳곳에 일본 전통인형 등 소품이 놓여 있고, 다다미방이 마련돼 숙박객이 오타 구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현지인인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일본 정부가 2013년 내놓은 ‘국가전략특구’ 전략에 따라 꽉 막힌 규제를 푼 끝에 올해 1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일본식 에어비앤비(숙박 공유)’다.
오타 구는 한때 번성했던 가내수공업이 쇠퇴했지만 57개에 이르는 가정식 민박집 덕분에 ‘생활형 숙박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공항 인근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지역 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구상과 민간업체의 창의적 제안이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반면 한국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관광·숙박산업이 여전히 규제의 벽에 막혀 있다. 각종 규제를 풀어 지역전략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규제 프리존’ 특별법은 19대 국회 막바지인 올해 3월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철 지난 규제의 벽이 막고 있는 한 관광 분야뿐 아니라 농생명산업, 드론산업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한국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하며 규제개혁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한국도 정치권이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당장 규제 철폐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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