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2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수해지역 지원을 위한 범국민 모금운동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다만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 논란 속에서 조심스러운 표정이다.
민화협 관계자는 “북한이 핵실험, 미사일 발사만 덜해도 절감된 비용으로 수많은 이재민을 구제할 수 있다. 북한의 도발 자제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인도적 지원 필요성을 조심스럽게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수해지역이 한반도 최북단이어서 한 달 뒤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지원 품목으로 수해지역 어린이들에게 지급할 방한복을 선정했다. 시멘트, 쌀 등 전략 물자로 전용될 수 있는 품목이 불러올 논란을 피해 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원 방법도 먼저 자금이 확보되는 대로 방한복을 구매해 북-중 접경지역인 지린(吉林) 성 훈춘(琿春)에 물건을 보관했다가 정부의 허가가 나면 북한에 들여보내는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전날(20일)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가 수해 지원을 위해 방북 신청을 냈다가 통일부로부터 불허당한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민화협은 여야는 물론이고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180여 개 정당, 종교,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새누리당 출신인 홍사덕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사진)이 이끌고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유엔은 북한 함경북도 수해지역에 2차 실사단을 파견해 무산군, 연사군 일대의 현지 조사에 착수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도 북한 당국의 요청을 받아 영양 비스킷 77t, 콩 79t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수해에도 불구하고 5차 핵실험 등 연쇄 도발을 일으키는 한편 수해 지원을 요청하는 북한의 이중적인 태도에 호응하기 어렵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5차 핵실험(9월 9일) 이후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에 맞춰 추가 도발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수해 지원을 위한 방북 적절성에 대해 “북한에서 광복 이후 최악의 피해를 봤다면서도 김정은은 엔진 실험장에서 활짝 웃고 있다. 이런 이중적인 북한의 태도를 고려할 때 (방북을 요청한) 북민협의 움직임이 적절한지 자문해 볼 때”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민화협의 모금 운동 자체에 대해선 논평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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