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쭉 뻗은 길도 있지만 구부러진 길도 만나게 된다. 한창인 20대에 자신의 꿈을 접고 이행해야 하는 군복무는 갑자기 구부러진 길을 맞닥뜨린 것과 같다. 앞서 가는 친구들을 보며 혼자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고,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자청해서 그 길을 가겠다고 나서는 청춘이 늘고 있다. 정년을 보장받은 미국 대학교수라는 지위와 명예를 조국의 부름에 내려놓은 한 병사의 사연이 얼마 전 언론에 소개돼 반향을 일으켰다. 미국 영주권이 있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그가 자원입대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생 후반기를 앞둔 의미 있는 전환점으로 군복무를 택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고국에서의 군 복무시간은 전반을 마감하고 후반을 준비하는 ‘인생의 작전타임’이다.
최전방 포병부대에서 근무하는 조용경 상병은 발목 종양으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으나 질병을 치료하고 몇 차례의 재검사를 거쳐 현역으로 입대했다.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사회복무요원으로 본인이 희망하는 로스쿨 진학 준비를 병행할 수 있었으나 현역 복무를 통해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임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고 한다.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 등 육체적으로 힘들 때도 있었지만 이를 통해 성숙해지는 수확을 얻었다고 자평한다. 바라던 로스쿨 합격도 복무 중에 이뤄냈다.
최근 발간된 군생활 수기집 ‘대한사람 대한으로’에는 자랑스러운 우리 청춘들의 잔잔한 육성이 담겨 있다. 해외이주, 질병, 학력 등의 사유로 병역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없음에도 군입대를 자원한 그들의 모습은 감동과 울림으로 다가온다. 질병이나 학력 사유로 보충역이나 면제 처분을 받았다가 도전 끝에 입대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육체적 한계를 넘어서는 일에 도전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현역병으로 입대하는 것은 변화된 나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역경의 과정일 수 있다.
문화적 차이와 신체적 한계를 넘어 자원입대하는 국외 이주자 등이 해마다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병사들은 입대 초기 얼마간의 조정기를 거치기도 하지만 곧 자리를 잡고 제 몫을 해낸다. 그 바탕에는 스스로 도전과 변화를 선택한 청춘의 열정이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군생활은 스스로 택한 구부러진 길이다. 그 길을 가는 젊은이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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