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의 제빵 스타 “잠 안자고 빵 굽다 응급실 실려가기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2일 03시 00분


고용부 스타기술인 선정된 유재희씨
스펙 아닌 열정-실력으로 승부, 작년 국제기능올림픽서 금메달

지난해 8월 브라질 상파울루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한 유재희 씨가 대회를 마친 뒤 자신이 만든 작품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대회 다음 날 시상식에서 유 씨는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유재희 씨 제공
지난해 8월 브라질 상파울루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한 유재희 씨가 대회를 마친 뒤 자신이 만든 작품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대회 다음 날 시상식에서 유 씨는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유재희 씨 제공
갑자기 눈앞이 흐려졌다. 정신을 차려 보니 병원 응급실이었다. 의사는 저혈압이라고 했다. 전국기능경기대회 제과제빵 직종 출전을 앞두고 연습을 위해 1개월 동안 2시간만 자며 에너지드링크로 끼니를 때운 게 화근이었다. 하지만 대회가 불과 1주일밖에 남지 않아 이틀 만에 퇴원하고 다시 제빵실로 향했다.

올해 고용노동부가 선정하는 ‘스타기술인’ 6명 중 가장 어린 유재희 씨(20·경희대 조리·서비스경영학과 2학년)의 이야기다. 유 씨의 사연은 청년 취업률이 사상 최악인 요즘 청년들이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교과서 같은 역할을 한다. 유 씨는 20일 “고교 3학년이던 2년 전 전국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던 이때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절실하게 노력했던 시기”라고 말했다. 국제기능올림픽에 나갈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권이 걸린 대회였다. 4시간 동안 주어진 과제에 맞게 빵을 완성해야 하는데 아무리 연습을 해도 제한 시간을 넘기기 일쑤였다.

혹독한 연습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회 직전까지 단 한 번도 제한 시간 내에 빵을 완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회에서 유 씨는 처음으로 제한 시간 안에 빵을 완성했다. 내친김에 1등까지 거머쥐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둔 그는 지난해 2월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8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 제빵 분야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유 씨는 “연습한 만큼 작품이 잘 나오지 않아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시상식장에서 내 이름이 불려 너무 좋은 나머지 심사위원들에게 안겼다”며 웃었다.

유 씨의 어머니는 강원 속초시에서 빵집을 운영했다. 어릴 적 유 씨의 장난감은 빵 반죽이었다. 하지만 그가 정식으로 제과제빵 기술을 배운 건 마이스터고인 강원 고성의 동광산업과학고에 진학하면서부터다. 또래들과 비슷한 출발선에서 시작했지만 지독한 연습 덕분에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유 씨는 빵으로 예술 작품을 만드는 ‘빵 공예’ 실력을 키우려고 틈나는 대로 미술을 공부했다. 주말이면 첫차를 타고 서울까지 가서 설탕공예도 배웠다.

유 씨는 “원래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며 “노력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뒤따랐다. 아직 배울 게 많다”고 말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자리에까지 단숨에 올라간 유 씨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었다. “프랑스에서 파티시에로 일하고 나중에는 후배를 키우는 교수가 되고 싶어요.” 갓 스무 살의 앳되지만 또렷한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제빵 스타#유재희#고용부 스타기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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