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힘을 조금은 덜어내고 나타난 ‘마이바흐’가 고급차 시장을 질주하고 있다. 마이바흐는 한때 롤스로이스, 벤틀리와 함께 ‘세계 3대 명차’로 불렸다. 국내에서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의 애마로 유명해졌지만 쉽게 목격할 수 없는 차였다. 웬만한 부자들도 혀를 내두르는 7억 원대의 가격 때문이었다.
쓰라렸던 컴백
마이바흐는 보덴 호수로 유명한 독일 남부의 프리드리히스하펜 시에서 탄생했다. 카를 마이바흐는 1921년 이곳에서 ‘상위 1%’를 겨냥한 고급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의 아버지는 메르세데스 개발의 주역이었지만 경영층과 갈등을 겪다 회사를 나온 빌헬름 마이바흐였다.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마이바흐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등의 영향으로 1800여 대만 생산된 채 1941년 단종의 운명을 맞았다.
마이바흐의 컴백은 2002년이었다. 1960년대 고급차 엔진 생산에 주력하던 마이바흐를 인수한 다임러그룹이 울트라 럭셔리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60년간 잠자던 마이바흐 자동차 브랜드를 부활시킨 것이었다. 마이바흐는 전체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한 대를 만드는 데 5∼6개월이 소요됐다. 또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준비해 둔 옵션만 200만 가지에 달했다.
하지만 21세기의 마이바흐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100년 이상 명성을 이어온 롤스로이스와 고급차 시장에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승부를 본 벤틀리의 협공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다임러그룹은 2012년 마이바흐 생산 중단을 선언하게 된다.
서브 브랜드로 두 번째 컴백
마이바흐는 브랜드 철수 2년 만에 다시 세상에 복귀했다. 다임러그룹은 2014년 11월 중국 광저우(廣州) 모터쇼와 미국 로스앤젤레스모터쇼에서 메르세데스벤츠 모델에 기반을 둔 서브 브랜드로서의 마이바흐 재등판을 공식화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였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2013년 6세대 모델이 출시되자마자 그해 10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올렸다. 다임러그룹은 이 히트 모델에 마이바흐라는 브랜드를 추가해 최상위 세그먼트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전략을 꺼내든 것이다. 비록 실패한 브랜드였지만 마이바흐는 ‘독보적인 고급스러움’의 대명사로 통했다. 그 잠재력은 S클래스 내 고급 브랜드로서 제대로 폭발했다.
마이바흐 S클래스는 지난해 4월 국내에도 상륙했다. 당시 나온 마이바흐 S600은 2억9500만 원, 7개월 뒤인 11월부터 판매된 마이바흐 S500은 2억3400만 원이었다.
마이바흐의 브랜드를 유지하면서도 절반 이하의 가격이 되자 시장은 뜨겁게 환영했다. 지난달까지 16개월 동안 두 모델 판매량을 합하면 1483대. 매달 평균 93대씩 팔려나간 셈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도 ‘한국에 몇 대밖에 없다’고 알려졌던 마이바흐가 이젠 도로 위에서 가끔은 만날 수 있는 차가 된 것이다.
마이바흐 S클래스의 매력
마이바흐 S600의 12기통 5980cc 가솔린 엔진은 최고 출력 530마력과 최대 토크 84.7kg·m의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배기량이 4663cc인 마이바흐 S500은 최신 8기통 가솔린 엔진과 자동 9단 변속기가 장착됐다.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는 각각 455마력과 71.4kg·m. 여기에 벤츠의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인 ‘4MATIC’이 적용됐다.
마이바흐의 자존심은 편의품목에서 특히 강조된다. 이 차량을 이용하는 이들이 주로 운전기사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앞뒤 좌석 탑승자들의 대화를 돕는 음성 증폭 기능을 제공한다. ‘부메스터 하이엔드 3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최상의 음향을 경험할 수 있다. 은장 수제 샴페인 플루트와 냉장고는 선택 품목. 뒷좌석에는 지능형 자동 에어컨디셔너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최상위 모델인 마이바흐 S600의 경우 센터콘솔에서 좌우 두 개의 접이식 테이블을 꺼내면 뒷좌석을 집무실처럼 활용할 수 있다. 완벽한 ‘차음’ 기술은 기본이다. 벤츠는 마이바흐 모델이 세계 양산차 중 가장 조용한 세단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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