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크기에다 외부 디자인은 고급스러우면서도 강렬해서 가격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 독일 럭셔리 3대 브랜드의 대형 세단과 함께 서 있으면 오히려 더 강한 카리스마가 발산돼 나온다. 주변을 압도하는 존재감이 크다는 이야기다.
도어를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자세히 살펴보고 이것저것 작동시키다 보면 독일 럭셔리 브랜드에 비해 정교한 디테일은 떨어진다. 갑자기 돈벼락을 맞은 졸부가 급하게 인테리어를 꾸민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내는 의욕적인 장비들로 가득 차 있다. 무려 34개의 스피커가 배치된 보스사의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과 뒷좌석용 10인치 듀얼 모니터, 열감지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한 ‘나이트비전’, 후방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모니터형 룸미러 등으로 무장됐다.
기계적인 부분도 화려하다. 외부 패널 100%, 차체 60%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에 고장력 강판이 레이저와 구조접합 접착제로 단단하게 결합됐다. 동급 모델들보다 차체의 무게가 100kg 정도 가벼우면서도 비슷한 강성을 확보했다고 한다.
여기에 다시 4륜 구동 시스템이 들어가 있고 주행 상황에 따라 뒷바퀴를 최대 4도까지 움직여주는 액티브 조향 장치도 포함됐다. 승차감과 안정감을 동시에 확보할 목적으로 자력(磁力)을 이용해 강도를 조절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서스펜션까지 채택됐다.
덕분에 주행 느낌은 스포츠세단 같다. 시원하게 가속되고 큰 차체임에도 좌우로 굽이치는 커브길에서 날렵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휠베이스가 3.1m에 이르는 큰 덩치임에도 중형차를 운전하는 것처럼 크기에 대한 부담이 적어서 좋다. 승차감은 대형 세단임을 감안하면 약간 단단한 편이다. 실내가 기대만큼 조용하지는 않지만 속도를 많이 높여도 크게 시끄럽지 않아서 럭셔리 모델임을 입증했다.
규정 속도로 편안하게 항속을 하면 6개의 엔진 실린더 중 4개만 작동하는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기능이 작동해 연료 소모도 줄여준다. 고속도로에서 L당 13km의 주행이 가능했다.
캐딜락은 CT6 개발에 엄청난 공을 들인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훌륭한 디자인과 탄탄한 기계적 성능, 첨단 장비 등으로 높은 가성비를 이뤘다. 다만 초반에 너무 개발비를 쏟아 부은 탓인지 인테리어의 섬세함은 ‘럭셔리’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는 조금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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