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주방용품 출시 기자간담회
서랍장 뒷북리콜 질문 쏟아지자 “벽에 고정하면 안전” 답변 회피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서랍장은 벽에 고정해서 써야 안전합니다.”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가 22일 서울 영등포구 영중로 타임스퀘어에서 한국 내 사업성과를 설명하고 주방용품을 새로 선보이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 현장은 각종 주방용품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케아가 이 행사에 꽤 신경을 썼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안드레 슈미트갈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올해(지난해 9월∼올해 8월) 이케아코리아의 매출액은 3450억 원으로 작년보다 17% 늘었으며 이달부터 식기와 주방용품 판매도 시작한다”고 밝혔다. 내년 하반기(7∼12월)에 경기 고양시에 2호점을 낼 계획도 발표했다. 이케아코리아는 한국에서 성과가 좋고, 사업도 확장한다는 내용이 널리 홍보되길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자들의 관심은 최근 ‘늦은 리콜’로 논란을 빚었던 서랍장 문제에 더 쏠려 있었다.
이케아는 북미 지역에서 서랍장이 앞으로 넘어지는 사고로 어린이들이 숨지면서 올 6월 3600만여 개의 서랍장을 리콜 결정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리콜을 거부하다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리콜을 권고하자 뒤늦게 조치를 취했다. 기자들이 그 이유를 묻자 슈미트갈 대표는 뚜렷한 답변 없이 벽에 고정하면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한 것이다. 사과 없는 해명이 이어졌다. 슈미트갈 대표는 “자체 조사를 통해 15종을 리콜 품목에 추가했다”라면서도 “서랍장을 벽에 고정했을 때 단 1건의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서랍장 전도는 가구업계에 만연한 문제”라고 변명했다.
2014년 말 이케아는 ‘SEA OF JAPAN(일본해)’이 표기된 세계지도(프레미아)를 판매해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에 책정된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비싸다는 가격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리콜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신뢰가 깨져 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적과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울 리 없다.
“많은 사람을 위한 더 좋은 생활을 만듭니다.” 이케아가 강조하는 이 슬로건처럼 ‘더 좋은 생활’은 자신에 대한 반성과 진솔한 사과로부터 비롯된다. 이케아가 이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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