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12월 금리인상까지 정부는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3일 00시 00분


 미국이 지난해 12월 금리 인상 이래 6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재닛 옐런 의장은 21일(현지 시간) 정례회의에서 0.25∼0.50%인 현행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고 “최근 고용 상황 등을 감안할 때 금리 인상 여건이 강화됐다”고 발표했다. 미국 대선(11월 8일)이 끝나고 12월 13, 14일 열리는 올 마지막 연준에서 금리 인상을 밝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에 풀어 놓은 달러를 회수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반대로 일본은행은 21일 물가상승률이 2%에 이를 때까지 돈을 푸는 양적완화 방침을 밝혔다. 단지 국채를 매입하는 무차별적 양적완화가 아니라 장기 국채수익률을 0%로 묶어 두는 새로운 방식이다. 전문가조차 그 효과를 장담하지 못할 정도로 불확실성이 크다.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일본의 통화 정책이 엇갈리면서 글로벌 자금이 일본에 쏠렸다가 미국으로 급격히 흘러가는 식의 혼돈에 빠져들 위험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은 통화가치가 요동치면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한국의 입장에선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 원화 가치가 하락해 수출이 늘어날 여지가 있어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금융시장의 혼란이 커진다면 수출 효과는 사라지고 만다. 한국 경제가 신흥국과 동조화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자본 유출과 통화가치 하락이 동시에 일어날 경우 37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만으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130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시한폭탄의 뇌관이다. 금리가 0.25%포인트만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만 2조 원 이상 증가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미국 금리 인상과 관련해 “어떤 상황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대응 태세를 유지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정부의 일상적인 회의만으로 선제적 대응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앞으로 미국의 12월 연준까지 남은 80일은 글로벌 금융 격변기를 앞둔 한국에 주어진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통화 정책뿐 아니라 부실 채권 관리, 거시 건전성 규제 등 거시금융경제 전반에 걸쳐 가능한 모든 정책을 점검해 미국발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금융 격변 상황에 대비하면서 규제 개혁과 구조 개혁 등 경제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시간을 허투루 흘려보낼 수는 없다.
#미국#금리인상#원화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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