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말이다. 여권에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야권에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앞서가는 가운데 여야의 후발 주자들은 잰걸음을 하는 중이다. 연말까지 의미 있는 지지율을 만들어야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 궤도에 진입할 수 있어서다.
다만 주자들의 보폭 속도엔 차이가 있다. 지지율 맨 앞줄에 선 후보들은 ‘정중동 행보’다. 문 전 대표는 북한의 5차 핵실험 등 각종 현안을 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의견을 내고 있지만 본격적인 ‘이슈 파이팅’과는 거리가 있다. 언론 노출보다는 싱크탱크 인재 영입 등 본격 레이스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지지율 중위 그룹은 ‘숨 고르기 양상’이다. 개헌이나 격차 해소, 공생 등 각자의 화두를 적극 알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공격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고 보긴 이르다. 상위 그룹 후보들의 지지율이 꺾이면 언제든 ‘대안 후보’가 될 수 있는 만큼 기회를 엿보고 있는 셈이다.
가장 속도를 내는 후보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후발 그룹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빼놓을 수 없다. 광역단체장들이 다른 후보들보다 한발 앞서 달리는 이유는 자칫하면 중앙 정치무대에서 소외될 수 있어서다. 또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단체장직 유지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어 ‘여의도 후보들’보다 조급할 수밖에 없다. 지지율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아야만 대선 도전의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아프리카 초원에서 영양(羚羊)들의 생존경쟁을 연상케 한다’는 말이 나온다. 영양에게 중요한 건 치타보다 더 빨리 뛰는 게 아니라 다른 영양보다 더 빨리 뛰는 것이다. 진화 생물학자인 맷 리들리의 저서 ‘붉은 여왕’에 나오는 구절이다. 다른 영양(후보)에게 뒤처져 민심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면 후발 주자들은 전속력을 내야 하는 것이다.
박 시장은 24일 도올 김용옥과의 대담집 ‘국가를 말하다’ 출간기념 북콘서트를 연다. 29일에는 강원 춘천에서 작가 이외수 씨와의 토크 콘서트도 예정돼 있다.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는 충북을 방문한다. 박 시장은 대담집에서 “대한민국은 ‘불평등 불공정 불신 불균형’의 불이 났다. 불을 끄는 정치가 필요하다”며 “어떤 길이 국민에게 이롭고 옳은지 늦지 않은 시점에 말씀드리겠다”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안 지사는 22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세대교체가 아닌 시대교체를 제안한다”며 “20세기의 낡은 정치와 민주주의 국가 리더십을 바꾸는 ‘안녕 20세기’를 해내겠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또 ‘경쟁자인 문 전 대표와의 차별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 집안에서 오래 지낸 선배다. 좋은 관계를 다치고 싶지 않다”면서도 “제 생각과 꿈을 이야기한 뒤 당원과 국민의 판단을 기다리는 게 정치인의 숙명”이라고 했다.
남 지사는 21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반 총장이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 있는 동안 (북핵 해결) 노력도 잘 보이지 않고 성과도 알 수 없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수도 이전과 모병제 등 각종 정책 이슈를 공격적으로 던진 데 이어 후보 간 검증 공방 등 ‘네거티브 난타전’도 피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중위 그룹도 ‘스퍼트’ 시점을 고심하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22일 “미국 언론에서 (반 총장을) ‘최악의 사무총장’이라고 비판하는데, 반 총장이 유종의 미를 거두게 방해해선 안 된다”며 “남 지사의 발언은 옳지 않다”고 했다. 선두 주자와 후발 주자를 동시에 비판한 셈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 3년 반 동안 국민에게 큰 실망을 줬다”며 현 정부와의 차별화에 나섰다. 본격 레이스에 앞서 ‘워밍업’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