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15% 파업 참여… 혼란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4일 03시 00분


금융노조 1만8000명 하루 파업

 금융권 총파업이 있었던 23일 서울 중구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입구에는 파업 안내문조차 붙어 있지 않았다. 창구 10여 곳은 직원들이 모두 앉아 손님을 맞고 있었다. 다만 파업 소식이 예고된 때문인지 고객들도 많지 않았다. 이곳 직원은 “단골 고객들에게 파업 사전 공지를 해서 그런지 점포가 한산하다”면서도 “직원 1명이 빠지면 다른 직원이 고생을 해야 해서 파업 참가자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발해 총파업에 돌입했지만 우려했던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영업점이 많은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파업 참가율이 극히 저조했기 때문이다. 이번 총파업이 동력을 얻지 못하면서 금융공기업에 이어 민간 은행들도 성과연봉제 도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노조는 이날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와 관치금융 철폐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2000년과 2014년에 이은 역대 세 번째 금융권 총파업이었다. 금융노조는 이날 약 7만5000명이 파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은행권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 신협중앙회, 기술보증기금 등 34개 지부 전체의 참가 인원을 집계한 수치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파업 참가 인원을 약 1만8000명으로 추산했다. 이는 17개 은행을 대상으로 파악한 규모로, 전체 은행 직원 대비 15% 정도만이 파업에 동참한 것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일선 은행원보다 중앙회 노조원이 파업에 많이 참여한 것으로 안다”며 “은행들이 파업 참여율이 높을 때를 대비해 거점점포 운영 등의 비상대책을 마련했지만 이날 이런 방안은 실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별로는 다소 온도차를 보였다. 이미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한 IBK기업은행은 전체 노조원의 40%를 웃도는 4000여 명(고용노동부 추산)이 참여했다. NH농협은행(3700명), SC제일은행(1800명), 씨티은행(1200명) 등 국책 및 외국계 은행의 참여율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등 ‘빅4’ 시중은행의 파업 참여율은 3% 안팎 수준으로 저조했다. 점포당 평균 0.5명이 파업에 참여한 셈이다.

 대형 은행들의 파업 참여 인원이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나오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파업이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액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이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해 파업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여론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아 파업 참여율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 측에서는 “일부 지점장이 집회 참여를 강압적으로 막는 등 정부와 사측의 방해 탓에 파업 참가율이 예상에 못 미쳤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파업 참여가 저조했던 시중은행이 조만간 노조와 개별 협상을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들은 산별노조인 금융노조 대신 자사 노조와 개별교섭을 진행하기 위해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바 있다.

정임수 imsoo@donga.com·김단비 기자
#금융노조#파업#성과연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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