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포 꼬마, 내 동생 삼고 싶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4일 03시 00분


 “오바마 대통령님께. 시리아 구급차에 앉아 있던 남자 아이를 기억하시나요?”

 미국 뉴욕 주 스카스데일에 사는 6세 소년 앨릭스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간절한 편지가 공개돼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21일(이하 현지 시간) 미 백악관은 홈페이지에 동영상을 올려 앨릭스가 편지를 읽는 모습을 공개했다. 앨릭스는 서툰 글씨를 꾹꾹 눌러쓴 편지에서 “우리는 옴란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옴란은 우리의 형제가 될 거예요”라고 썼다.

 옴란 다끄니시는 지난달 17일 내전 중인 시리아 알레포 주에서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아 온몸에 먼지와 피로 범벅이 된 채 구급차에 실려 앉아 있던 다섯 살 소년이다. 폭격 탓에 다섯 살 위인 형 알리를 잃었지만 어린 나이에도 울지 않고 멍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한 채 앉아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옴란의 처참한 모습은 알레포미디어센터(AMC)라는 시리아 반정부 단체가 공개해 세상에 알려졌다.

 앨릭스는 편지에서 “우리 가족이 깃발과 꽃다발, 풍선을 갖고 (옴란을) 기다릴게요. 내 동생 캐서린은 옴란을 위해 나비와 개똥벌레를 잡아준다고 했어요”라고 썼다. 또 “우리 학교에 시리아에서 온 오마르라는 친구가 있는데 오마르에게 옴란을 소개해 줄 거예요”라며 “우리는 모두 함께 놀 수 있어요. 생일잔치에도 초대할 거고, 그는 우리에게 외국어를 가르쳐 줄 수 있어요”라고 했다.

 편지를 받고 감동한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뉴욕에서 열린 난민정상회의 연설에서 앨릭스의 편지를 낭독하며 “어린아이가 보여 준 인간애는 냉소적이지도 않고 의심에 가득 차 있지도 않다”며 “이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겉모습이 어떤지, 어떤 식으로 기도하는지를 고려하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 모두 앨릭스보다 더 나은 사람이 돼야 한다. 우리가 그렇게 변한다면 세상이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해 보라”고 전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시리아#난민#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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