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원들 김영란法 안 걸리게 공항의전 규칙 바꾼 국토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4일 00시 00분


 국토교통부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후에도 국회의원과 장관들에게 공항의전을 해주기 위해 최근 국토부령을 개정했다. 공항의전은 공항 귀빈실을 이용하거나 일반 승객 창구가 아닌 별도 창구에서 신속하게 출입국 절차를 처리해주는 예우를 말한다. 지금까지 법적 근거 없이 공항공사 내규로 이뤄진 공항의전이 김영란법에 걸릴까 싶어 부랴부랴 고친 것이다.

 기존 국토부령 공항귀빈 예우규칙은 전현직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5부 요인, 원내교섭단체 정당 대표 등이 공항 의전실을 이용하도록 돼 있다. 의원과 장관, 고위직 공무원들에게 의전실 제공 등 ‘차별적 대우’를 하면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국민권익위원회의 유권해석이다. 그런 특혜는 이제 없애야 마땅하건만 국토부는 ‘공무와 공익일정 등을 수행하는 사람’이면 공항공사가 시행세칙을 만들어 귀빈실 이용을 허가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그것도 김영란법 시행 이틀 전인 26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도록 했다.

 국토부는 20년 이상 의원과 장관들에게 귀빈실을 제공했고, 공익적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하지만 납득하기 힘들다. 인천국제공항은 개항 직전 의원들의 귀빈실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가 의원들의 질타에 철회한 바 있다.

 올 6월 20대 국회의 첫 교섭단체연설에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의원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 사회 상위 1%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특권을 과감히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란법은 한국 사회에 익숙한 관행과의 결별을 요구하고 있다. 의원과 장관들은 그동안 편법으로 누린 비정상적 특혜에서 스스로 벗어나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자기 짐을 들고 공항 카운터 앞에서 줄 서는 모습, 특권 내려놓기의 시발점이다.
#김영란법#공항의전#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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