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점거, 직장폐쇄… 공멸의 길 치닫는 갑을오토텍 노사
선진국 기업들이 경쟁력 유지하는건 기술력뿐 아니라 상생의 파트너로 서로 존중하기때문
올해 7월 이후 노동조합 측의 생산시설 점거와 회사 측의 직장폐쇄로 서로 막다른 길로 치닫고 있는 갑을오토텍 사건은 우리나라의 노사관계가 안고 있는 치명적 약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노동조합은 기업이 노동조합을 파괴하고 조합원을 회사에서 몰아내려는 부당 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회사는 노동조합이 불법적인 생산시설 점거와 사업장 봉쇄 등 불법 파업을 해서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서로 독을 품은 창을 겨누고 상대방의 항복을 요구하며 극단적인 대치 상태에 있다. 기업주와 노동조합 모두 기업이 어떤 손해를 입건, 심지어 망하든 말든,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어떻게 되든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지금 이대로 간다면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이것이 노사가 원하는 결론인가?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은 이렇게 행사하라고 부여된 기본권인가? 파업과 직장폐쇄는 교섭에 임하는 당사자의 강력한 의지 표현이지 상대방을 파탄시키라고 준 무기가 아니다.
갑을오토텍에서 나타나는 노사관계는 합리적인 교섭과 타협을 통해 각자 자신의 몫과 산업평화를 만들어야 할 단체교섭을 치킨게임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누군가 양보하면 지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서로 상대방이 굴복할 때까지 대치 상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기세다.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서라면 부당 노동행위든 불법 행위든 서슴지 않는다. 회사는 금지된 대체근로를 도모하고 노동조합은 불법적 직장 점거를 포기하지 않는다.
노사관계가 이렇게 극단적인 대립과 투쟁을 되풀이하는 것은 비단 갑을오토텍뿐만은 아닐 것이다. 아직도 일부 기업은 노동조합을 기업 경영의 적(敵)으로 여기며 노동조합을 와해시키려 들거나 노동조합을 교섭과 협력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 노동조합 중에는 기업을 공존과 상생의 대상으로가 아니라 투쟁과 타도의 대상으로 삼아 극단적인 투쟁을 서슴지 않는다. 이렇게 적대적, 전투적 노사관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시대착오적인 사례가 적지 않다. 민주노총 산하 투쟁사업장이 현재 20여 곳에 이른다는 보도도 있다. 제2, 제3의 갑을오토텍 사태가 계속될 수도 있다.
노사관계는 대화와 소통을 전제로 하는 교섭의 파트너십 관계이다. 노사관계는 결사투쟁, 결사항전의 대상이 아니다. 노사관계가 극단적인 투쟁관계로 치달으면 근로조건의 개선은커녕 근로자와 기업 모두가 공멸하게 된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많은 협력사와 그 소속 근로자는 물론이고 지역경제, 나아가 우리 경제 전체의 경쟁력에도 큰 손상을 미치는 등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우리와 경쟁하는 다수 선진국의 기업들이 계속해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기업의 기술력과 브랜드가치뿐만 아니라 질적으로 우수한 노사관계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경영위기를 함께 극복해 가는 노사관계의 수준과 능력도 기업경쟁력의 핵심 요소이다. 이것이 노사관계의 경쟁력이다. 기업은 노동조합을 성장과 발전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노동조합은 눈앞의 이익에만 연연하지 말고 근로자와 미래 세대의 일자리를 위해 미래지향적 노사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갑을오토텍의 파행적인 분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회사와 노동조합의 불법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 생산시설을 점거하고 회사 관계자의 출입을 막는 직장 점거는 불법이다. 노조법은 사용자의 파업 시 대체근로를 금지하며 노동조합과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도 부당 노동행위로 금지한다. 기업주와 노동조합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외부 인사를 조정인 또는 중재인으로 선임하여 교섭을 위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노사관계가 스스로 엉킨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서로 공멸의 길을 가고 있을 때 노동계의 지도자와 정치인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정감사장에 회사 관계자를 불러놓고 윽박지르고 망신 준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잘못된 노사관계에 대한 국민의 인내심도 이제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당면한 안팎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노사관계의 구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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