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이주해 4년 넘게 살면서 이곳 바다가 주는 풍족한 먹거리들에 대해 새롭게 알고, 그 맛을 즐기고 있다. 제주의 음식이라고 하면 회 흑돼지 생선조림 성게미역국 고기국수 등일 텐데 주민이 되어 경험하고 있는 ‘제주의 맛’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사철 내내 톳과 미역은 바다에 있지만 겨울의 톳과 미역이 가장 식감이 좋다. 바위에서 자라 자생하는데, 바로 채취해서 데친 톳과 미역의 식감은 눈이 번쩍 뜨이게 한다. 비릿함이 전혀 없이 싱싱한 바다 내음이 입안 가득 퍼진다. 두 아이도 무척 잘 먹는다. 또 톳전과 톳밥을 만들어 먹으면 겨울철 별미가 따로 없다. 다만 제주의 바다는 동네마다 구획이 정해져 있고 그 동네에서 채취하면 안 되는 것들이 있기에 채취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
어선을 타는 이웃 덕분에 갓 잡은 싱싱한 수산물을 맛보곤 한다. 고등어 삼치 오징어 한치 옥돔 등 철에 따라 각종 수산물을 고맙게 나누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부채새우와 참다랑어의 맛은 빼놓을 수 없다. 부채새우는 머리와 꼬리가 넓적한 부채 모양 새우로 얼핏 보면 괴기영화에 나올 법하다. 부채새우는 생산량이 매우 적어 육지에서는 보기 힘들고 새우 중에서도 그 몸값(?)이 가장 비싸다고 한다. 그런 부채새우를 한 솥 쪄서 꼬리 살을 바로 빼어 먹어도 맛있지만 크림소스로 만드는 요리나 된장국에 넣으면 스트링치즈처럼 결대로 찢어지는 살의 식감이 무척 좋다. 살만 냉동 보관했다가 먹어도 식감에 변함이 없다.
신선한 참다랑어를 직접 손질해 먹어 보기도 했다. 크기는 70∼80cm 정도밖에 안 되는 녀석이긴 했지만 생참치를 눈앞에서 회로 떠서 맛보는 경험은 최고였다. 참다랑어 몸통은 회로 먹고, 머리는 숯불에 구워 먹고, 내장으로는 탕을 끓여 먹었는데 버릴 것 하나 없는 최고의 진미였다.
지금은 육지에서 온 많은 식재료로 음식점마다 다양한 맛을 내지만 제주의 토속 음식들은 소박하면서도 식재료를 알뜰하게 사용하고 양념을 적게 쓰는 것이 특징이다. 생선국을 끓일 때 생선과 무만 넣고 간을 해서 먹는다든지, 살을 발라낸 돼지 뼈를 우려내 간만 해서 먹고, 해산물을 잘게 썰어 장으로 간을 해 물회로 먹는다.
제주의 맛이라고 하면 회에서 시작해 흑돼지로 끝나는 대표적인 음식들이 있지만, 나는 제주의 참맛을 제주에서 나는 천연재료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제주에 와서 신선한 산지의 재료를 쓴 음식이라면 허투루 된 음식을 만나기 어려웠고 그 참맛을 보며 식재료 본연의 맛을 제대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제주의 맛을 만나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제주를 꿈꾸는 사람에겐 제주의 고유 재료로, 간단한 조리 방법을 이용해 직접 요리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요리에 자신이 없어도 괜찮다. 좋은 식재료로 요리하면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다.
※필자(43)는 서울에서 헤드헌터로 일하다 4년 전 제주시 한림읍으로 이주해 현재 대학에서 진로상담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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