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장관해임안 가결 ‘巨野의 힘자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4일 03시 00분


與 전원 퇴장속 한밤 표결서 찬성 160표… 역대 6번째
사상 초유 ‘장관 필리버스터’… 朴대통령 수용 안할듯

 국회가 24일 새벽 새누리당 의원들의 퇴장 속에 야당 단독으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사진)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장관 해임건의안이 처리된 것은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법적 강제성이 없는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국은 급속히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장관 해임건의안 의결은 역대 6번째로 2003년 9월 노무현 정부 당시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후 꼭 13년 만이다. 당시도 지금과 같은 여소야대였다.

 김재수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두고 여야는 23일 하루 종일 격렬하게 충돌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민의당을 뺀 더민주당과 정의당,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 132명이 21일 제출한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본회의 안건에 포함하자 새누리당은 ‘시간 끌기’에 나섰다. 의원총회 개최를 이유로 본회의를 연기한 데 이어 해임건의안 표결을 막기 위해 대정부질문에서 국무위원들의 답변을 길게 유도해 밤 12시까지 대정부질문을 끌고 갔다. 이에 정 의장이 차수를 변경해 24일 0시 19분 안건을 상정하자 새누리당은 “날치기”라며 20여 분간 항의한 뒤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표결 결과 해임건의안은 재석 170명 중 찬성 160표, 반대 7표, 무효 3표로 가결됐다. 이로써 김 장관은 취임(5일) 19일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로부터 ‘보이콧’을 당했다. 이에 앞서 정 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막바지 협상에 나섰지만 결렬됐다. 야권은 새누리당에 해임건의안 철회를 조건으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기간 연장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의혹 청문회 개최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야당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갖고 정치적 흥정을 하고 있다”며 야당 요구를 일축했다.

 북한의 핵 위협과 경북 경주 지진 등 국내외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취임 한 달도 안 된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두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이면서 ‘역시 문제는 정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egija@donga.com·유근형 기자
#김재수#해임건의안#필리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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