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경영]발빠른 위기 수습으로 재도약 발판 다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6일 03시 00분


 지난해 6월 23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300여 명의 취재진 앞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읽었다. 두 차례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사과문은 국민에 대한 미안함으로 시작해 메르스 환자 및 유족들에 대한 사죄로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제 아버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계십니다. 환자 분들과 가족 분들께서 겪으신 불안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습니다”라며 그들과 공감대를 갖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사태를 조속히 수습한 뒤 이번 일을 계기로 응급실 진료 환경을 개선하고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달 넘게 치료 활동에 매달린 의료진에 대한 격려도 부탁했다. 이후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이 사과문은 ‘사과의 정석’으로 불린다.

 삼성그룹은 그룹 전반의 위기 때마다 정공법을 택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애써 회피하거나 사실을 축소하지 않고 정면돌파하는 전략이다.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에도 삼성 특유의 정공법이 적용됐다. 지난달 24일 국내에서 발화 추정 사례가 첫 접수된 이후 일주일 만에 국내 공급을 중단했다. 이어 이틀 뒤에는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직접 사과문을 읽고 글로벌 전량 리콜을 발표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문제 제기 후 전량 리콜 발표까지 일주일이 걸렸다”며 “평균 한 달은 걸리는 다른 업체들에 비해 빠른 의사결정이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22년 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비슷한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1994년 삼성전자는 ‘애니콜’ 초기작을 내놨지만 불량률이 11.8%까지 올라갔다. 명예회복을 위해 일부 모델 생산을 중단하기도 하고 원인을 유형별로 분석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이 회장은 이듬해 1월 불량품을 모두 수거해 새 제품으로 바꿔주라고 지시했다. 전 신문에 불량제품을 교환해주겠다는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이어 시중에 나온 불량제품을 모두 회수해 공장 사람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태워 없애라고 지시했다. 그해 3월 9일 ‘품질은 나의 인격이요, 자존심!’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내걸린 경북 구미사업장 운동장에서 2000여 명의 임직원이 굳은 표정으로 앉은 가운데 ‘화형식’이 열렸다. 산더미처럼 쌓인 당시 시가로 500억 원 상당의 휴대전화와 키폰(업무용 전화기) 등에 불을 붙였다. 그해 국내 시장점유율 4위였던 삼성전자 휴대전화는 이듬해 1위로 올라섰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경영#경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