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에게 무료 영어 가르치는 하버드大 출신 미국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6일 03시 00분


비영리 ‘TNKR’ 운영 라티그씨
“새터민이 멘토 등 수업 방식 결정… 자유로운 교육 통해 자립 도울것”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미국의 유명 싱크탱크인 ‘카토(CATO) 인스티튜트’에서 연구원을 지낸 교육 정책 전문가 케이시 라티그 씨(사진). 연구소나 대학 등에서도 계속해서 ‘러브 콜’이 오지만 그는 한국에 남아 ‘북한 이탈 주민 글로벌 교육센터(TNKR)’를 운영하고 있다.

  ‘TNKR’는 탈북 뒤 남한에 온 새터민들에게 영어를 무료로 가르쳐 주는 비영리 교육기관이다. 운영 자금은 100% 후원금으로 마련하고, 영어를 가르쳐 주는 원어민 멘토는 모두 자원봉사자다. 운영이 될까 싶지만 2013년 3월 처음 만들어진 후 지금까지 새터민 250여 명이 영어 교육을 받았고 외국인 자원봉사자도 440여 명이 참여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독막로 TNKR 사무실에서 만난 라티그 씨는 “새터민은 계속 찾아오는데 자원봉사자가 부족해 지금도 새터민 90여 명 정도가 원어민 멘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업 방식은 모두 ‘학생’인 새터민이 결정한다. 새터민은 자기를 가르쳐 줄 원어민 멘토를 자기가 직접 정한다. 공부할 교재나 수업 방식도 ‘학생 새터민’이 직접 결정하고, 원어민 강사가 자신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 강사를 교체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운영 방식을 만든 라티그 씨는 “새터민들이 큰 기관의 교육 방침을 따라가지 않고 철저하게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1990년대 후반에 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러 한국에 온 적이 있는 라티그 씨는 2010년 다시 한국을 찾았다. 처음엔 저소득층 교육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다 북한의 실상을 담은 자료를 읽은 뒤부터 탈북자와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2012년 2월 탈북자 31명이 중국에서 체포된 뒤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을 때는 아는 외국인들을 불러 모아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77일 동안 강제 송환을 중단하라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명문대 출신 외국인이 한국에서 소위 ‘돈벌이도 안 되는 일’을 하다 보니 일부에서는 그에게 의심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라티그 씨는 “내 연구 분야인 ‘자유로운 교육’이 새터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것을 보는 게 최고의 보람”이라며 “미국에서는 안정된 삶이 보장되겠지만 지금 이 일이 훨씬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새터민#영어#케이시 라티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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