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선과 색… 덤덤한 표정 “만화라기보다 그림 에세이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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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애환 담은 웹툰 ‘윤직원의 태평천하’의 윤선영 작가

윤선영 씨는 “만화를 그릴 때 펜이나 붓에 힘을 안 주고 일정한 굵기의 선으로 그리면 덤덤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윤선영 씨는 “만화를 그릴 때 펜이나 붓에 힘을 안 주고 일정한 굵기의 선으로 그리면 덤덤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무표정한 얼굴과 짧은 커트 머리, 민무늬 셔츠에 일자바지 차림. 만화에서 본 ‘윤직원’의 모습 그대로였다. 눈이 약간 더 큰 것만 빼고는. 웹툰 ‘윤직원의 태평천하’를 그리는 윤선영 씨(26)를 지난달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입사와 동시에 퇴사를 꿈꿨던 신입사원이자 만화를 좋아했던 그는 ‘오매불망 퇴근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 취미로 만화를 그렸다. 지인들을 위해 지난해 3월부터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만화를 그려 올렸는데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자 4개월 후부터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블로그에 본격 연재를 시작했다. 직장인들의 공감을 사게된 이 만화는 최근 같은 제목의 단행본(시드페이퍼)으로 출간됐다.

 그의 그림은 선과 색이 화려하지 않고 담백하다. 만화 속 인물의 표정은 감정 표현 없이 늘 무덤덤하다. 그래서일까. 그의 만화는 그림보다는 글이 돋보인다. “저는 전문 만화가가 아니에요. 만화를 그린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림 에세이’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죠. 그림보다는 글에 집중하게 하고 싶었어요.”

직장인의 애환을 담아 화제를 모은 웹툰집 중 ‘운명의 수레바퀴’ 편. 출처: 윤직원의 태평천하
직장인의 애환을 담아 화제를 모은 웹툰집 중 ‘운명의 수레바퀴’ 편. 출처: 윤직원의 태평천하
 그림을 배경 삼아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국내 회사들은 신입사원에게 요구하는 상이 너무 뚜렷해요. 열정과 패기, 신선함. 사실 모든 이들이 그런 성격일 수는 없어요. 가면을 쓰고 회사를 다녀야 하죠. 처음엔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직장인이 주제다 보니 실제 직장 생활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모든 일이 모두 ‘소재’다. SBS에서 영상편집기자로 일하는 그는 출퇴근 시간이 불규칙적이다. “회사에서 많은 시간을 지내는데 일하면서 취미 활동을 하는 셈입니다.(웃음)”

 회사 생활을 ‘자조’하는 게 만화의 큰 흐름이다 보니 그의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회사 동료들이 불편해하진 않을까.

 “되레 회사 선배들이 만화 주인공으로 나오는 걸 은근히 바라시는 것 같아요. 본부장님이 ‘나는 언제 나오냐’고 하셨는데 책이 출간될 때까지 본부장님이 안 나온 게 조금 찔리네요.(웃음)”

 윤직원의 만화 중 가장 많이 회자되고 공감을 받은 것은 ‘운명의 수레바퀴’ 편.

  ‘시간이 있을 땐 돈이 없고 돈이 있을 땐 시간이 없고. 벗어날 수 없는 굴레. 가혹한 어른의 삶.’

 취직하면 회사의 ‘노예’가 되고 퇴사하면 백수로 전락해 ‘거지’가 되는 삶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의 이 그림은 많은 직장인의 공감을 샀다. ‘그럼에도 출근을 해야만 하는’ 직장인을 위해 그는 계속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저는 이걸로 ‘현실 보정’을 하고 있어요. 만화 내용이 너무 부정적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는데, 제 만화로 그들의 팍팍한 삶을 그나마 웃음으로 보정해 주는 거죠.”

 회사 다니기 싫다며 공개적으로 만화까지 그리는 그에게 ‘가능하다면 퇴사하고 싶냐’고 물었다. “왜 ‘사원’ 아니고 ‘직원’이라고 썼는지 아세요? 사원은 진급하면 명칭이 바뀌는데 직원은 아니잖아요. 그걸 보면 차장, 부장 달 때까지 그만두지 않고 계속 만화를 그릴 건가 봐요.(웃음)”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윤직원의 태평천하#윤선영 작가#직장인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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