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릭 前세계은행 총재 “누가 美대통령이 되든 외교 첫 시험대는 북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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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릭 前세계은행 총재가 본 美대선

 “트럼프의 자아도취적 기질을 고려했을 때 만약 (중국 등) 외교 상대가 (트럼프를) 깎아내린다면 그의 허영심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른다.”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사진)는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트럼프는 그때그때 임기응변하며 극단적으로 행동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지금은 “미국이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재원을 전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동맹국을 경시하고 국제조약 재협상을 요구하는 등 고립주의 정책을 시사하고 있지만 막상 대통령이 돼 국제무대에 서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졸릭은 조지 W 부시 공화당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인물로 8월엔 자신을 포함한 50명의 다른 공화당 행정부 출신 외교·안보 인사와 함께 공개적으로 트럼프 지지 거부 선언을 했다. 그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첫 과제는 “미국 대통령은 말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미국이 2차대전 종전 후 쌓은 70년 된 안보·경제 질서에 금이 가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외교정책의) 출발점으로 이 질서의 존속 여부부터 결정해야 한다”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겨냥하기도 했다. TPP를 다시 지지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정책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졸릭은 여타 분야에서는 클린턴이 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동맹국과의 원만한 관계를 기반으로 미국 주도의 기존 안보·경제 질서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껄끄러운 대(對)중국 무역 관계에 대응해 동맹국과 더 강력한 끈을 유지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협정을 존중하면서 러시아를 상대로 강경하지만 호전적이지 않게 대응할 것이란 설명이다.

 졸릭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국내 문제에 우선 집중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차기 대통령이 가장 먼저 맞닥뜨릴 국제 문제로 북한 핵 위기를 꼽았다. 그는 “북한은 이미 잠수함으로 남한 배를 침몰시켰으며 한국, 일본, 그리고 미국 본토를 핵무기로 위협하고 있다. 전략적 충격(strategic surprise)은 전략적 인내(정책)를 압도할 것”이라며 미국 대북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 가능성을 예고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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