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막다른 골목 몰지 말라” 北엄호… 5차 핵실험 추가제재 한달 넘게 감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1일 03시 00분


[머리 위의 북핵 대응전략 바꾸자]中, 지정학적 완충지대 포기 못해
“北 붕괴보다 핵무장 선호” 분석 “평양의 보호우산 거둬야” 반론도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해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에 대한 제재,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검토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 책임론’을 내세우며 국제사회의 기대를 외면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한 적대 정책과 평화협정 체결 거부 등이 북한을 핵개발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올 2월 한국과 미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검토 발표 및 7월 8일 배치 공식 발표 이후에는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자극한다”고 ‘본말전도(本末顚倒)’의 논리까지 등장했다.

 북한이 10월 15일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7일 채택한 언론규탄 성명에는 중국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9월 9일 5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 추가 제재안은 사실상 중국의 몽니로 채택이 지연되고 있다. 3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 2270호의 ‘빈틈’을 메우기 위한 노력도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이는 효과가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북한 대외무역의 90% 이상이 중국과 이뤄지고 있는 데다 북-중 접경 도시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의 훙샹(鴻祥)그룹이 사실상 중국 당국의 묵인 내지는 비호 아래 버젓이 북한에 핵개발 물자를 공급하다 꼬리가 잡힌 것처럼 중국의 협조 없이는 대북제재가 유명무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속내는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스인훙(時殷弘) 교수가 5차 핵실험 직후인 9월 12일 미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밝힌 “중국은 강도 높은 제재가 이뤄져 북한이 붕괴하는 것보다는 핵무기로 무장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한마디에 담겨 있다. 북한 붕괴보다 미국 영향력 아래 한반도와 국경을 접하는 상황은 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북한의 지정학적 완충지대론’을 중국으로서는 무엇보다 우선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8월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북제재라는 일방적 조치가 사태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한 것은 대북제재에 대해 중국이 생각하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거듭 확인하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중국이 대북제재에 소극적인 것에서 한발 나아가 사실상 기존의 제재도 완화할 것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5차 핵실험 이후 북-중 변경 분위기는 제재를 강화하기는커녕 제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교역 및 관광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단둥 소식통들은 중국 당국의 단속 의지가 없다면 훙샹그룹의 역할을 할 중국 기업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사드를 방패 삼아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제재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현장에서는 ‘민생 품목’이라는 구멍을 이용해 사실상 제재를 무력화하고 있는 형편이다.

 중국 정부가 사드에 대해 과도하게 대응하거나 대북 관계를 재조정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현직 국립대 교수까지 이의를 제기했다. 마융(馬勇) 베이징사범대 정부관리학원 교수는 8월 10일 싱가포르 롄허(聯合)조보 기고에서 “중국은 사드에 단호하게 반대해야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앙당교 기관지 쉐시(學習)시보의 덩위원(鄧聿文) 전 부편집장은 “북-중이 (사드를 핑계로) 과거의 특수관계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중국이 다시 평양의 보호 우산이 되거나 핵문제에서 후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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