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 유세를 위해 미 전역을 순회한다. 23일 에어포스 원(대통령 전용기)을 타고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로 간 오바마는 같은 날 오후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로 이동한 데 이어 로스앤젤레스 등 캘리포니아 주 방문(24, 25일), 플로리다 주 올랜도 방문(28일)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라스베이거스 연설에서 “우리는 매일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이 대통령직에 걸맞지 않은 사람임을 증명하는 사람을 보고 있다”며 “네바다, 이거 정말 말도 안 되는 일 아니냐”고 도널드 트럼프를 비난했다.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정치후원금 모금 행사장에선 “공화당은 트럼프 같은 사람이 대선 후보가 되도록 방치하고 오히려 이를 부추긴 것 외에는 한 일이 없다”며 공화당도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클린턴 지지 유세에 적극 나선 것은 판세가 클린턴으로 굳어지고 있는 만큼 본격적으로 선거 이후를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 등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임기 말 50%대의 지지율을 바탕으로 클린턴을 도운 다음 클린턴이 당선된 후 ‘오바마 레거시(유산)’를 가급적 지켜줄 것을 요구하기 위해 ‘선제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클린턴은 오바마의 이슈에 대체로 찬성하지만 일부 핵심 어젠다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다. 대표적인 게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핵심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다.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엔 TPP를 “골든 스탠더드”라고 했다가 민주당 내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후보와 자유무역을 놓고 불이 붙자 “지금의 TPP라면 수용하기 어렵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러스트 벨트(미 중부 일대의 낙후된 공업 지대)’에 사는 실직자 등 백인 노동자층을 끌어안기 위한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미친 짓”이라며 대놓고 비판한 오바마케어에 대한 클린턴의 속내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바마케어가 나중에(내가 퇴임한 후에) 이름이 무엇이 됐든 취지가 계승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정치적 동지지만 2008년 민주당 경선 과정 때 치열하게 싸운 ‘프레너미(friend+enemy·친구이자 적)’였다. ‘더 힐’은 “클린턴 부부가 2008년 경선 직후 약속을 깨고 오바마를 지원한 민주당 의원들의 살생부를 만든 적이 있다”며 “클린턴이 당선된다고 오바마의 위업을 계승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고 보도했다. 클린턴은 자신의 행정부가 ‘오바마 3번째 임기’가 될 것이라는 공화당 주장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한편 공화당 전략가인 칼 로브는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가 남은 기간에 승부를 뒤집기는 어렵다며 패배를 예측했다. 이런 가운데 네바다에서 발간되는 라스베이거스리뷰저널은 23일 메이저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신문은 사설에서 “트럼프는 정치·사회적으로 고착된 워싱턴 중심의 문화에 기업가의 감성과 변함없는 투지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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