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의 한 식당 주차장. 국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수억 원짜리 외제 최고급 스포츠카가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스포츠카를 타는 동호회 회원들이 번개모임을 갖기로 한 날이었다.
동호회 회장 김모 씨(35)는 그중 가장 비싼 스포츠카를 모는 사람이다. 김 씨는 회원들에게 “국산차와 사고 난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타자”는 은밀한 제안을 했다. 통상 수입차와 국산차가 접촉사고를 냈을 때 국산차 소유자의 보험사 측은 정식 수리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고 난 수입 차량 주인에게 수리비용을 주고 끝낸다. 부품을 사오는 데 시일이 걸리는 데다 수입 차량과 비슷한 급으로 렌터카를 제공하면 비용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쓰는 일종의 꼼수다.
김 씨가 이를 악용해 보험금을 타자고 제안한 것이다. 동호회 회원들은 국산차를 한 대 더 보유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따로 일반인에게 사고를 낼 필요도 없었다. 김 회장의 제안에 솔깃해진 회원들은 가해 차량, 피해 차량으로 역할을 나눠 고의로 접촉사고를 냈다. 실제 회원들은 2011년 12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총 31회에 걸쳐 접촉사고를 내고 보험사로부터 수리비 4억5000만 원을 챙겼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을 타낸 김 씨 등 33명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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