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80에 영화 찍고 상타니 출세했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4일 17시 57분



#.1
"80에 영화 찍고 賞타니 출세했소"
-단편 '청춘꽃매' 할머니 감독들

#. 2
"전국의 할아버지들한테 연락 오면 어쩐당가?"
"오메, 나이 여든 넘어 영화에 신문에 완전 출세했소!"

#. 3
짧은 파마머리와 촌스런 눈썹 문신을 한
경기 부천시의 동네 할머니 8명.
이들은 모두 '영화감독'이자 '배우'.
최근 폐막한 서울노인영화제에서 단편
'청춘꽃매'로 대상을 받으셨죠.

#. 4
청춘꽃매는 남편과 사별한 충격으로 치매를 앓는 할머니와
그를 위로하는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무거운 주제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죠.

#. 5
매주 수요일마다 모여 한글 공부도 하던 할머니들.
우연히'영화 한 번 찍어 보자'는 이야기에 의기투합해
덜컥 영화를 만들었죠.

#. 6
"노인에게 가장 무서운 단어가 치매와 사별이여.
영화를 찍다 보니 공포심이 극복되더라고.
동년배에게 힘이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지"
-박복희 할머니(74)

#. 7
"상 준대서 갔더니 세상에 우리가 1등이네?
심장이 벌렁벌렁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리더라고"
 -감독 서영숙 할머니(78)

#. 8
촬영을 맡은 조송옥 할머니(81)는 이번 영화로 난생 처음
카메라를 만져 봤죠.
"치매 걸린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노래방에 가는 장면을 찍느라
30년 만에 노래방을 가봤어.
마음이 훨훨 날 것 같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더라고"

#. 9
감독 서영숙 할머니는 영화에서
치매 걸린 할머니의 사별한 할아버지 역할을 맡아
남자 역을 연기했는데요.
"남편 역할을 하니까 먼저 떠난 지 40년 된 우리 영감이 떠오릅디다.
괜히 서글퍼지더라고"

#. 10
"다음 영화에선 엄청나게 심술쟁이 역할을 할 거야.
드라마 보면서 연기 연습중인데 워찌나 재미난지.
남의 남편을 가로 챈 악독한 연기를 해볼겨"
-김순자 할머니(73)

#. 11
할머니들은 조만간 동네 떡집에서 상영회도 엽니다.
"요새 이래저래 힘든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 영화 보고 힘 좀 냈으면 좋겠소.
근데 인터뷰는 요기까지만 하믄 될랑가?
'슛' 들어간 지가 언젠데 영 끝나질 않어"

#. 12
나이 먹으니까 대사 외우기도 힘들다는 할머니들.
오래 오래 건강하셔서
앞으로 더 많은 영화 만들어주세요.
할머니들 사랑합니다!

원본 / 장선희 기자
기획·제작 / 하정민 기자·김수경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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