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영훈 씨(30)는 집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일명 ‘혼술족’이다. 그는 스트레스를 집에서 TV를 보면서 푼다. 그때마다 꼭 챙겨 먹는 게 ‘에너지 칵테일’이다. 카페인이 많이 들어간 ‘에너지 음료’에 술이나 이온 음료, 커피 등을 섞어 만드는 혼합주 또는 혼합 음료다. “에너지 칵테일을 마시면 취기가 돌아 몸이 나른하면서도 잠은 오지 않아서 오전 1시에 시작하는 축구 중계를 보기에 딱 좋아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이렇게 만들어 먹어라’, ‘나만의 에너지 폭탄주 제조법’ 등 에너지 칵테일을 만드는 레시피(요리법)를 소개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보드카밤’(에너지 음료+보드카), ‘에너자이저주’(에너지 음료+이온 음료+소주), ‘비타주’(비타민 음료+소주) 등이 대표적인 레시피다. 회사원 박지현 씨(35·여)는 “에너지 음료의 단맛이 술의 쓴맛을 줄여 주고 카페인 각성 효과로 취하지도 않는다”라며 “만드는 재미에 새로운 레시피를 찾으려 인터넷 검색을 자주 한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에너지 음료와 술을 섞어 마신 경험자는 2012년 전체 음주자의 1.7%에 불과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12%에 달했다. 4년 사이 7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 중고교생들의 경우 에너지 음료에 술 대신 이온 음료, 비타민 등을 섞어 마신다.
최근 모디슈머(Modify+Consumer·여러 제품을 섞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소비자) 열풍이 확산되면서 ‘자신만의 레시피를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에너지 칵테일 레시피’를 ‘취향 문화’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취향 문화로 보기에는 건강을 악화시키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에너지 칵테일 레시피’ 확산이 한국인의 카페인 섭취를 더욱 늘린다는 우려가 크다. 카페인 하루 섭취 허용량은 성인 400mg(청소년 125mg). 하지만 직장인의 경우 현재도 여러 잔의 커피(한 잔의 카페인양 100mg 이상), 녹차(20mg 내외), 에너지 음료(100mg 내외) 등 일과 중 600mg이 넘는 카페인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카페인 섭취가 습관이 된 것.
카페인은 소량 복용 시 기억력 증진, 피로감 감소 등의 효과가 있지만 과다 복용하면 초조감, 불면증이 발생한다. 대량 복용 시 혈액순환 장애가 생겨 최악의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특히 술과 에너지 음료를 섞어 마시면 뇌에는 코카인 등 1급 마약과 같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카페인 함량이 높은 음료를 연달아 마시면 중독이 되는 데다 소화불량, 두통, 감각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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