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8일 국회에 총리 추천을 요청하자 야권의 공식 수용 여부를 떠나 진영별로 차기 총리 후보자를 놓고 탐색전이 시작됐다. 그러나 여야는 물론이고 각 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총리 추천 과정이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 상황에서 총리 추천에 여당이 강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워 거야(巨野)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교통정리가 쉽게 될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와 친문(친문재인) 진영은 일단 “총리 논의를 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 친문 진영 의원은 “권한도 명확하지 않은데 정치권에서 먼저 총리 후보군을 거론한다면 청와대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며 “(친문 진영) 내부적으로도 총리 후보군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비문(비문재인) 진영에서는 “총리 추천을 하지 않고 버티긴 힘들 것”이라며 김종인 전 대표를 추천하려는 기류가 강하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 전 김 전 대표를 총리 후보군으로 추천한 바 있어 여당의 동의도 확보한 셈이다. 반면 친문 진영은 김 전 대표에 대해 부정적이다. 문재인 전 대표와 김 전 대표의 관계가 껄끄러운 데다 대표적 개헌론자인 김 전 대표가 총리가 되면 독자적으로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국민의당 역시 복잡하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던진 함정에 빠진 것”이라며 총리 추천 논의에 발을 담그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대권 생각이 없는, 국회와의 오랜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며 후보 자격을 거론했다. 또 일부 의원은 “여야 합의된 거국내각이면 총리직을 거부할 수 있겠느냐”고 밝힌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심중에 두고 있다. 국민의당은 손 전 대표가 총리가 되면 ‘제3지대론’이 힘을 얻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지만 민주당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변수다.
이처럼 각 당은 물론이고 야권 전체 의견 수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의당을 포함한 야 3당 대표는 9일 만나 총리 추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당에서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등도 거명되고 있다. 또 여야 안팎에선 대통령권한대행 경험이 있는 고건 전 총리를 꼽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고 전 총리는 손사래를 치고 있다. 가장 큰 현안이 경제 문제라는 점에서 윤증현 전 경제부총리, 한덕수 전 총리, 호남 출신인 김황식 전 총리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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