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불복 못하게 몰표를”… 트럼프 “오바마 3기 막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9일 03시 00분


[2016 미국의 선택]마지막 유세… 경합주 공략 총력전

 “우리는 내일 역사에 남을 시험대에 놓이게 된다. 미국인들의 삶을 좌우할 모든 이슈가 담긴 투표지를 받게 된다. 나중에 여러분의 자녀가 ‘2016년에 뭐 했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투표장에 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모두 투표장에 나서 달라.”

 7일 오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독립기념관 앞 광장. 3만3000여 명의 지지자가 빼곡히 들어선 마지막 유세장에 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비장한 표정이었다. 클린턴은 이날 하루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등 핵심 경합 주를 돌며 “트럼프가 선거 결과를 놓고 불복 운운할 수 없도록 압도적으로 지지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7월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렸던 필라델피아 유세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힐러리 올스타’가 총동원돼 대선 레이스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오전 백악관을 떠나 하루 종일 미시간 뉴햄프셔 등 경합 주를 돈 뒤 이곳에서 클린턴과 합류한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내가 대선에 나섰을 때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외쳤고 8년간 해냈다. 힐러리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우리가 해 온 과업을 완수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라고 호소했다.

 대선 기간 최고의 ‘힐러리 도우미’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는 “판세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내일 여러분이 투표장에 나서면 힐러리가 이기고, 집에서 놀고 있으면 트럼프가 된다. 그러면 미국은 끝장”이라고 투표를 독려했다.

 이날 유세장에는 민주당원인 팝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공화당원이지만 클린턴 지지를 선언한 록가수 존 본조비가 등장했다. 본조비는 “나는 공화당원이지만 이번만큼은 힐러리와 함께한다”라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클린턴이 마지막 유세에서 미국의 미래를 이야기한 것에 반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하루 종일 5곳의 경합 주를 돌며 “힐러리가 집권하면 오바마 3기 정부가 된다”라며 지지층 결집에 막판 피치를 올렸다.

 “우리가 지면 그동안 미국을 바꾸고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쏟아부은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된다. 그것을 원하느냐. 다시 오바마가 나서기를 원하느냐.”

 트럼프가 노스캐롤라이나 주 롤리 유세에서 이렇게 묻자 지지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을 거론하며 “그를 구속하라”를 외쳤고, 일부 지지자는 클린턴에 대해 “악마이자 마녀”라는 막말을 퍼부었다.

 트럼프는 플로리다 유세에서는 “정말 대단한 선거였다. 정치를 잘 몰랐던 나를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한 것은 유권자들의 희망을 담은 그런 정치 운동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영광으로 생각한다”라며 ‘워싱턴 아웃사이더’로 대선을 치른 소감을 밝혔다.

 트럼프의 강력한 우군인 장녀 이방카 등 자녀들도 이날 트럼프와 별도로 움직이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방카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고령에도) 하루에 5군데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변화를 바라는 미국인들의 열정 덕분이었다”라고 말했다.

 미 언론과 전문가들은 최종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이 오차범위 내에서 트럼프를 제칠 것으로 예상했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는 6일까지 실시해 7일 발표한 최종 여론조사에서 경합 주를 포함해 클린턴이 선거인단(538명 중 270명 확보하면 승리) 중 303명, 트럼프가 235명을 얻어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을 90%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클린턴이 선거인단 중 268명을, 트럼프는 151명을 얻고 경합 주는 119명이라고 집계했다. 클린턴이 경합 주에서 한 곳만 이겨도 당선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뉴햄프셔 미시간 네바다 애리조나 오하이오 등 핵심 경합 주가 하루에도 여러 차례 민심이 흔들릴 정도여서 두 후보가 얼마나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이끌어 내느냐에 최종 승부가 달렸다는 분석이 많다. 모든 여론조사를 종합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대부분의 조사가 클린턴 우세를 예측한 것과 달리 8일 오전 현재 클린턴이 203명, 트럼프가 164명, 경합 주는 171명이라며 막판까지도 아주 보수적이고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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