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플레이어상 제주 안현범
찢어지는 가난-이적-부상 불운 딛고 8골 4도움… 팀 3위 오르는데 수훈
“대학(동국대)에 다닐 때 학교 앞 호텔 연회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때는 그런 곳에서 좋은 밥을 먹는 게 소원이었는데 (오늘) 이렇게 큰 연회장에서 열린 시상식 무대에 서게 됐네요. 어려운 분들이 저를 보고 희망을 얻으면 좋겠습니다.”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평생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제주의 안현범(22·사진)은 부평고 3학년 때인 2012년 축구를 그만둘 뻔했다. 회비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누나 안현지 씨(24)의 도움으로 그는 대학에 진학해 축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 안현범은 “일본어를 잘했던 누나는 일본 관련 일을 하는 게 꿈이었지만 나 때문에 포기하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내 뒷바라지를 했다. 5년째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최연소 매니저까지 됐다. 누나도 나도 근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현범은 집안 사정이 어려워 중학교 때부터 누나와 함께 살았다. 친구들이 쉴 때도 돈을 벌어야 했던 그는 “배추도 날라 보고 택배기사도 해 봤다. 힘이 들수록 이를 악물었다.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아마 집안이 넉넉했다면 노력을 덜 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안현범은 대학 2학년을 마치고 지난 시즌 K리그 울산에 입단했다. 프로 첫해 그는 17경기에 교체 선수로 출전해 무득점에 그치며 쓴맛을 봤다.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제주 유니폼을 입은 그는 5월에 무릎 연골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한동안 전력에서 빠지기도 했지만 올 시즌 8골, 4도움으로 맹활약하며 팀이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하는 데 앞장섰다. 총 104표 가운데 82표(78.8%)를 휩쓴 안현범은 “팀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과 개인적인 공격 포인트 목표를 모두 이뤘다. 병원에 있을 때 항상 문병을 온 누나와 나를 계속 믿고 기용해 준 조성환 감독님(현 수석코치)께 정말 감사드린다.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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