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에도 액션플랜 없는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2일 03시 00분


日, 회담성사 이어 정재계 지원사격
韓, 컨트롤타워 실종 해법 제시못해

 
 ‘트럼프 쇼크’ 이후 매일 정부 주도로 경제 관련 회의가 열리고 있지만 ‘모니터링 강화’ ‘현안 점검’ 등 상투적인 말만 되풀이할 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액션플랜(실행계획)은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웃 일본이 미국 대선 직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간의 회담을 성사시키고 정부와 재계가 합심해 트럼프 행정부 공략에 나선 것과 극명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11일 정부는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열린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 겸 합동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 직후 “미국 대선 이후 국내외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으로 필요 시 시장 안정 조치를 신속하고 단호하게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정부 발표 내용은 9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 10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6차 총리-부총리 협의회’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트럼프가 당선된 뒤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지만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은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로 무장한 트럼프의 당선에 당혹스러워했지만 대선 결과 발표 이후에는 민첩하게 움직이며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아베 총리는 10일 오전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즉석에서 회동을 제안해 성사시켰다. 19일 페루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도중에 17일 뉴욕에 들르기로 한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안보 상황을 이유로 APEC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한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일본 재계 역시 힘을 보태고 있다. 일본 외무성 산하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일 경제연구회 2016’은 11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에게 향후 미일 간 경제협력에서 주안점을 둬야 할 포인트를 담은 제언을 전달했다. 반면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현재 대외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 “한국, 트럼프 쇼크 대응 골든타임 놓칠 우려”


 국내에선 대내외 경제위기에 대응할 경제 컨트롤타워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 위기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11·2개각’으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신임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청와대가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카드를 사실상 철회하면서 임명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기재부는 당초 이번 주 초에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 이후 무기한 보류한 상태다. 2명의 경제부총리가 불편한 동거를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 일각에서 “총리는 놔두고 경제부총리부터 임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당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탓에 큰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익에 있어서만큼은 정치권이 정파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아베 총리가 17일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담에서 일본의 주일미군 주둔비 부담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도록 설득할 것으로 알려지자 일본 여야 정치인들은 “일본의 미군 주둔비 부담은 충분하다”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정책적 대응 역량과 추진력이 필요하지만 경제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무너져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경제 정책 의사결정 체계가 만들어져야 경제 정책이 빠르게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신민기 기자 /도쿄=서영아 특파원
#트럼프#액션플랜#컨트롤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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