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 시간) 오전 10시경 미국 워싱턴 로널드레이건공항. ‘트럼프(TRUMP)’라고 선명하게 적힌 보잉 757기가 착륙하자 백악관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이 주변에 몰려들었다. 이내 트랩이 설치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내렸다.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권 인수를 논의하기 위해 대선 후 처음 워싱턴을 방문한 것이다. 출발지인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는 당선인 예우 차원에서 트럼프 전용기 주변에 물을 뿌리는 ‘물대포 경례(water salute)’ 행사도 열렸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전 11시경 요원들의 삼엄한 경비를 받으면서 백악관 남쪽 잔디 마당인 사우스론에 도착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은 풀 기사(pool report·대표 취재한 뒤 공유하는 메모)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PEOTUS(대통령 당선인·President Elect Of The United States)’로 공식 표기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직후 승리 연설 때 입은 것과 비슷한 짙은 감색 양복에 특유의 길게 늘어뜨린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오바마 대통령과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만났다.
트럼프 당선인은 회동 후 “우리는 많은 다른 상황에 대해 대화했으며 멋지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등은 물론이고 트럼프 당선인이 회동 뒤 정권인수위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금융위기 방지를 위해 도입한 도드-프랭크 법안을 폐기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비춰보면 경기 진작방안을 놓고도 견해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정당이나 정치적 성향에 상관없이 함께 협력해 우리가 직면한 많은 도전을 다루는 게 모두에게 중요하다”며 “현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백악관 회동 후 곧장 의회로 이동해 대선 막판 자신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자신을 지지하는 데 미온적이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만났다. 라이언 의장은 의회 입구까지 트럼프를 마중하러 나왔고 자신의 집무실 밖 발코니에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워싱턴 시내를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달라진 트럼프 당선인의 입지를 실감케 하는 장면이다.
라이언 의장은 회동 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과의 만남에서 ‘(말로 그치지 말고) 실행에 옮기자’는 메시지를 받았다. 오바마 행정부가 드리운 수많은 규제를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트위터에서 “오늘 워싱턴에서 환상적인 시간을 보냈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궁합(chemistry)도 아주 좋았다”고 대선 후 첫 워싱턴 입성 소감을 적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대선 기간 중 물고 늘어졌던 힐러리 클린턴의 가족재단인 클린턴재단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수사 의지를 밝혔다. 새 내각의 법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10일 폭스뉴스에 “클린턴재단의 의문스러운 재정에 대해 조사하지 않으면 향후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된다”며 수사에 강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또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이 무죄인지 유죄인지 사법 시스템에 판단을 맡겨야 한다”며 오바마 대통령 퇴임 전 수사 개입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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