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트럼프와 만날 수 있었던 건…사위 쿠슈너와 ‘인맥’ 덕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0일 23시 27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 일본대사와의 친분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이뤄진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 아내 이방카와 함께 동석했던 쿠슈너는 트럼프 정권의 핵심 '비선 실세'로 꼽힌다.

유대인인 쿠슈너와 사사에 대사의 인연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유대계 사업가 인맥과 일본 정재계 사이의 뿌리 깊은 네트워크가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쿠슈너의 아버지는 뉴저지의 유명한 부동산개발업자인 찰스 쿠슈너다. 그는 '일본 기업들이 미국 땅을 싹쓸이한다'는 말이 나돌았던 1980년대에 집중적으로 사업을 했다. 그때 일본과 적잖은 네트워크를 쌓았고 이것이 아들의 정치적 밑천이 됐을 것이란 설명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미국 정재계에 인맥을 구축하면서 핵심 세력인 유대계 인맥과도 두터운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쿠슈너는 정통 유대교 신자로 결혼 직전 아내 이방카를 개종시킬 정도로 신앙이 두텁다. 유대인인 쿠슈너가 트럼프의 '문고리 권력'이라는 점에서 트럼프와 선을 대려는 외교가에선 쿠슈너와 그의 아내 이방카와 가까운 인맥을 찾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19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회담을 마친 뒤 측근들에게 트럼프에 대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는 타입이더라. 선거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일본에 대해 많이 공부를 했다. 회담은 매우 잘 진행됐고 (앞으로) 잘 해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만족해했다. 아베 총리는 처음 만났을 때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트럼프 당선인이 편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이 반대해 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염두에 두고 자유무역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절실하게 설명하자 트럼프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회동은 인사 수준에 그친 반면 본 게임은 취임 후 공식적인 정상회담이라는 의견이 일본 내에서도 나온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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