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신중 추미애, 2004년 트라우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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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노무현 탄핵 찬성했다가 낙선 역풍
野내부 “발의도 가결 확실할때 할것”


 더불어민주당이 야3당 가운데 가장 늦은 21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론을 채택한 데에는 추미애 대표의 탄핵 트라우마가 적지 않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가담했다가 적지 않은 정치적 부침을 겪은 경험이 작용한 것이다.

 추 대표는 2003년 열린우리당 합류를 거부하고 2004년 노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으며 시련을 겪었다. ‘삼보일배’를 하며 옛 민주당 구하기에 나섰지만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2년 동안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무릎연골을 심하게 다쳐 하이힐은 고사하고 굽이 있는 구두도 신지 못한다.

 탄핵 트라우마를 걷어내려는 시도는 민주당 당 대표가 되는 과정과 이후 행보에서도 계속됐다. 추 대표는 8·27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신은 탄핵에 반대했다며 오히려 김종인 전 대표가 탄핵에 긍정적이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친문(친문재인)계의 지원을 등에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되면서 친노(친노무현)와의 정치적 화해를 한 것으로 평가를 받은 이후에도 트라우마는 계속됐다. 전 국민적 ‘박 대통령 퇴진’ 여론이 형성된 후에도 ‘하야, 탄핵’이라는 해법보다는 ‘2선 후퇴’ 등 단계적 퇴진론을 제시해왔다. 14일 박 대통령과 양자 영수회담을 제안했던 것도 당내 거센 반발에 부딪혀 14시간 만에 철회하긴 했지만 ‘탄핵’보다는 협상으로 문제를 풀려는 추 대표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원들의 만장일치로 탄핵 추진이 결정된 만큼 추 대표의 탄핵 트라우마가 상당히 완화됐을 것이다”라며 “하지만 비박(비박근혜)계 등 탄핵 가결 정족수(200명)가 확인될 때까지 탄핵안 발의를 최대한 늦추는 신중 행보가 계속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노무현#탄핵#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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