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야3당 가운데 가장 늦은 21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론을 채택한 데에는 추미애 대표의 탄핵 트라우마가 적지 않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가담했다가 적지 않은 정치적 부침을 겪은 경험이 작용한 것이다.
추 대표는 2003년 열린우리당 합류를 거부하고 2004년 노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으며 시련을 겪었다. ‘삼보일배’를 하며 옛 민주당 구하기에 나섰지만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2년 동안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무릎연골을 심하게 다쳐 하이힐은 고사하고 굽이 있는 구두도 신지 못한다.
탄핵 트라우마를 걷어내려는 시도는 민주당 당 대표가 되는 과정과 이후 행보에서도 계속됐다. 추 대표는 8·27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신은 탄핵에 반대했다며 오히려 김종인 전 대표가 탄핵에 긍정적이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친문(친문재인)계의 지원을 등에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되면서 친노(친노무현)와의 정치적 화해를 한 것으로 평가를 받은 이후에도 트라우마는 계속됐다. 전 국민적 ‘박 대통령 퇴진’ 여론이 형성된 후에도 ‘하야, 탄핵’이라는 해법보다는 ‘2선 후퇴’ 등 단계적 퇴진론을 제시해왔다. 14일 박 대통령과 양자 영수회담을 제안했던 것도 당내 거센 반발에 부딪혀 14시간 만에 철회하긴 했지만 ‘탄핵’보다는 협상으로 문제를 풀려는 추 대표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원들의 만장일치로 탄핵 추진이 결정된 만큼 추 대표의 탄핵 트라우마가 상당히 완화됐을 것이다”라며 “하지만 비박(비박근혜)계 등 탄핵 가결 정족수(200명)가 확인될 때까지 탄핵안 발의를 최대한 늦추는 신중 행보가 계속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