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압도적 국회 통과로 정치권은 본격적인 대선 게임에 들어갔다. 탄핵안의 압도적 가결이 사실상 대선 레이스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야권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며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듯 ‘위기 극복 리더십’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성명을 통해 “대통령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넘어야 할 마지막 능선은 국가 대청소를 통해 국가 대개조의 길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도 “국정 수습이 중요하다”며 “우선 경제 분야,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자”고 밝혔다. 각각 미래와 수습에 방점을 두고 탄핵 이후 정국의 주도권 경쟁을 예고했다.
이들은 이날 ‘박 대통령 퇴진’ 표현을 직접 쓰지 않았다. 그 대신 ‘박 대통령의 결단’을 앞세웠다. 국회 탄핵 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여권 지지층을 더 이상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 전 대표는 일단 10일 촛불집회에 참석한다. 지지층 다지기를 통해 대세론을 대선까지 끌고 가겠다는 속내다. 박 대통령 퇴진 운동을 계속할지, 안정을 내세워 속도 조절에 나설지는 주말 촛불 민심을 확인한 뒤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 측은 대선 시기를 가급적 앞당기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 정계 개편 등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는 10일 촛불집회 불참과 ‘박 대통령 퇴진 서명운동’ 중단 의사를 밝혔다. 지지율 하락 추세를 반전시킬 방책으로 정계 개편 또는 중도·우파 끌어안기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지지율 급상승세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도 가장 선명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한 시간이라도 빨리 퇴진하는 것이 국민의 소망”이라고 강조했다.
야권의 잰걸음과 달리 여권 주자들은 코너에 몰렸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대권 도전을 포기했고,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당을 떠나 제3지대에서 후일을 도모하고 있다.
탄핵안 가결을 주도한 유승민 의원은 상대적으로 약진했다.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구심점으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커졌다. 유 의원은 “가장 고통스러운 표결이었다”며 “앞으로 헌법질서를 지켜가면서 정치혁명을 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친박(친박근혜) 흔적을 지울 수 있다면 여전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히든 카드다. 탄핵 정국에서 지지율이 다소 하락했지만 보수층의 유일한 희망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반 총장이 새누리당과 결합하지 않고 독자세력화에 나선 뒤 기존 정치세력과 연대를 모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조기 대선 일정의 키는 헌법재판소가 쥐고 있다. 헌재가 1월 중 탄핵 결정을 내린다면 3월에, 6개월의 심리 기간을 꽉 채울 경우 8월에 차기 대선이 치러지게 된다. 불투명한 대선 일정만큼 대선 구도도 급변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6∼8일 조사)에 따르면 이 시장은 18%의 지지율로 각각 20%를 기록한 문 전 대표와 반 총장을 2%포인트 차로 바짝 추격했다. 안 전 대표(8%), 안희정 충남도지사(5%),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유 의원(각 3%)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시장의 무서운 상승세 속에 선두 그룹과 한 자릿수 지지율에 갇힌 중간 그룹 대선 주자들이 어떻게 연대하고 견제할지 주목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