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난동 대처 미숙… 대한항공 보안 구멍 뚫려

중소기업체 D물산 사장 아들이 대한항공 프레스티지석(비즈니스석)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대한항공의 미숙한 대처와 허술한 기내 보안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22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KE480편 항공기는 지난 20일 오후 2시 30분 베트남 하노이에서 출발해 오후 6시 34분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비즈니스석에 탑승한 임모 씨(34)는 위스키 2잔 반을 마신 뒤 오후 4시 20분부터 난동을 부렸다. 임 씨는 이미 하노이공항 라운지에서 술을 마신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씨는 승객 A 씨(56)의 얼굴을 손등으로 치고 객실 사무장 박모 씨(36) 등 승무원들의 팔을 비틀고 얼굴과 배를 때렸다. 승무원들이 테이프로 임씨의 손을 묶었지만 스스로 풀었고, 이후 포승줄로 자리에 묶자 화장실 사용을 핑계로 풀어 달라고 한 뒤 다시 난동을 부렸다.

한 승무원이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을 꺼냈지만 이를 쏘지도 못했다. 당시 해당 여객기에는 남자 승무원은 없었고 여자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다. 임 씨의 난동은 비즈니스석에 탄 남자 승객들이 나서 제압하면서 1시간 만에 끝났다.

#대한항공 미숙한 대처… 승객 불안 가중
임 씨는 착륙 직후 인천국제공항 경찰대에 체포됐고 경찰은 임 씨를 항공보안법 위반 및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임 씨는 지난 9월에도 대한항공 기내에서 소란을 일으켜 승무원들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이 기내 난동 전력이 있는 임 씨를 아무런 제재 없이 탑승시킨 데다 술까지 제공했다는 것에 대해 고객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난동 승객을 제압하지 못한 것을 두고는 기내 보안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임 씨가 난동을 부리는 1시간 동안 승객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항공 안전은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우리나라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항공안전법에 따르면 기내 폭언 등 소란행위와 음주 약물 후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할 경우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미국에서는 기내 난동을 중범죄로 간주해 최대 20년의 징역형과 25만달러(3억원)의 벌금에 처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편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22일부터 31일까지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1100여 명 중 170여 명이 이번 파업에 참여하며, 이로 인해 국제선 24편과 국내선 111.5편, 화물기 12편 등 총 147.5편이 결항된다. 노조는 임금 29% 인상을 요구하는 반면 대한항공 측은 1.9% 인상안을 고수해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동아닷컴 이은정 기자 e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