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활 타오르는 혜성의 비행을 본 적이 있는가? 이 장엄한 이방인이 지나가면서 공포가 퍼지고 엄청난 길이의 불타는 꼬리를….”(에드워드 영, ‘야상’)
혜성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옛사람들은 어둠 속에 기이하게 빛나는 존재를 보며 왜 하필 지금 우리를 찾아왔는지,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지 두려워하고 궁금해했다.
이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코스모스’를 쓴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부인이자 과학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명성 높은 앤 드루얀과 함께 썼다. 1985년 출판된 초판본을 그의 서거 20주기를 맞아 새롭게 번역한 것으로, 2003년 국내에 소개된 개정판보다 풍부한 내용과 많은 컬러 그림을 담았다. 저자는 과학 지식은 물론이고 역사와 인문학, 예술을 망라해 혜성의 존재를 다방면에서 탐구한다. 덕분에 과학적 호기심에서 출발한 책은 미신과 맹신을 극복한 인류의 자서전으로 확장된다.
탐사 로봇을 싣고 하늘로 날아오른 유럽우주국의 로제타호가 지난해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에서 12년간의 공식 활동을 마감했다. 혜성 표면에 착륙한 이 최초의 우주선을 통해 인류는 혜성은 물론이고 태양계의 진화와 생명의 기원에 대한 값진 정보를 얻었다. ‘신의 계시’가 과학적인 자연 법칙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다.
정답을 알고 풀이 과정을 보면 이렇게 쉬운 걸 왜 몰랐나 싶게 마련이다. 먼 옛날 아리스토텔레스가 “혜성의 근원은 지구에 있다”고 잘못 주장해 혜성의 실체를 밝히는 일이 2000년이나 지연됐다는 얘기나 동시대 철학자 세네카가 혜성의 실체에 비교적 가까이 접근했다는 사실 등 답을 알고 보니 안타깝고도 놀라운 일들이 책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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