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바티칸과의 전쟁’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수적인 정책 방향과 다른 진보적인 가치관을 강조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견제하고 고립시키는 작업을 막후에서 지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8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배넌은 교황을 가장 앞장서서 비판해 온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 등 미국 내 가톨릭계 보수파 인사들과 각별한 사이다. 배넌과 가톨릭계 보수파는 이슬람을 서구 문명의 심각한 위협으로 여기며, 전통 기독교적 가치 약화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교황이 강조해 온 △난민과 빈민 보호 및 지원 △빈부 격차 줄이기 △종교 간 화해와 공존 △환경보호 등의 가치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배넌은 자신이 설립한 극우 성향 인터넷 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교황은 이탈리아 국민과 유럽인들에게 난민을 마중하고 그들이 살 공간을 제공하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NYT는 배넌이 서유럽의 극우 정당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가톨릭 내에서 교황을 급진주의자 혹은 사회주의자로 여기는 ‘반(反)교황파’와도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며 손을 잡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교황 반대파 세력도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과 백악관 내 배넌의 막강한 영향력을 ‘바티칸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회로 보며 이를 적극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는 미국과 사실상 ‘동맹’이었던 교황이 트럼프 시대에는 국제사회에서 고립시켜야 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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