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되는 미국 우선 정책… 냉전 이후 가장 큰 세계변화… 반트럼프 시위 확산도 우려
비판 없는 한일 등 아시아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지만 협력으로 세계 안정 이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세계를 휘저어 아마도 1991년 냉전 종식 이래 세계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것 같다. 그는 선거 때 내세운 ‘미국 우선’ 정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슬람 7개국 주민 입국 금지 등의 정책은 인도주의에 위배될 뿐 아니라 민주와 자유의 원칙을 훼손한다. 그의 국내외 정책이 미국에서는 반(反)트럼프 시위가 벌어질 정도로 비판을 받고 유럽 국가들도 반발하지만 아시아에서는 비판이 나오지 않는다.
10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와 ‘골프 외교’를 한다. 일본 언론은 아베가 일본 기업의 미국 투자 방안을 들고 가 트럼프에게 인사치레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도 미국에 대한 새로운 투자로 환율조작국 지정을 막고 군사동맹도 강화하려고 한다.
한일 양국은 유럽 국가들처럼 공개적으로 트럼프의 비자 및 난민 정책을 비판하지 않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트럼프 소동’에 목소리를 낮추며 이른바 ‘억울함을 삼키면서 전체 국면을 도모(委曲求全)’하고 있는 것이다.
냉전 이후 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은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바탕이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서도 세계는 보호무역주의로 후퇴하지 않고 자본주의를 재조정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런데 트럼프는 미국이 냉전 이후 스스로 세우고 지켜 온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흔들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많은 조치는 전형적인 ‘레닌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즉, 자기와 다른 것을 배척하고, 다른 목소리를 억압하며, 권력 구조에서 행정 권력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런 행동들은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중대한 후퇴를 불러올 것이다.
중국은 줄곧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수혜자였다. 1991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11%, 세계 7위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미국의 61%,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됐다. 2016년 중국은 미국의 최대 무역 대상국이며 미국은 중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이미 세계경제에 편입된 중국의 미래는 자유 개방, 그리고 공정한 국제 경제 질서의 유지와 보장에 달려 있다. 지난달 17일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다보스 포럼에서 세계화가 가져올 안정과 번영을 강조하고 중국은 세계화를 약화시키는 어떤 행동에도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신실크로드 프로젝트) 전략은 세계 경제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높이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식의 국수주의가 유럽과 아시아에도 퍼진다면 일대일로 전략은 큰 난관을 맞을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이 협력해 세계화와 공정 개방의 국제자유무역 규칙을 지키고 트럼프의 미국이 세계 안정과 번영의 기초를 흔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전망은 전혀 낙관적이지 않다.
세계 3위 경제 대국 일본은 외교와 안보 전략의 핵심을 ‘중국 견제’에 두고 있다. 아베가 이끄는 일본은 중국 견제라는 전략적 이익을 가장 우선에 두기 위해 산업정책을 트럼프와 타협하는 점에서 유럽과 다르다. 트럼프 정부가 중-일 대결 국면에서 일본을 지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무기 및 미사일 계획에 대응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했다. 이로써 한미 동맹 및 전략적 협력은 냉전 종식 이후 어느 때보다 발전했다. 한국에서는 ‘트럼프 소동’ 중에도 중국의 대국주의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아시아에서 한중일이 연합해 트럼프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협력과 용기는 아직 찾아볼 수 없다. 한중일이 트럼프 정부의 국수주의 정책을 깨는 ‘정책의 통일 전선’을 구축하기는 어려워졌다. 미래 어느 날 트럼프 정부가 미국 내에서 안정적 입지를 굳히면 그 요인 중 하나는 트럼프가 분열된 아시아를 상대로 성공적으로 ‘미국 우선주의’ 전략을 설득한 것이 될 것이다. 문제는 아시아가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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