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오전 무수단급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발을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동해로 쐈다. 군은 북한이 지난해 여러 차례 발사에 실패한 무수단 미사일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하는 고체연료 엔진 등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수단급의 사거리는 3000∼3500km로 북은 이를 ICBM 발사로 선전할 가능성도 있다. 어제 발사한 미사일이 군이 당초 추정했던 노동급(사거리 1300km)보다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분석되면서 북의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
김정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첫 미사일 도발을 트럼프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0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북에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추가 도발을 삼가라고 촉구한 직후 감행했다. 강경한 대북 정책을 밀어붙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을 떠보려는 듯하다. 어제는 4년 전 북이 3차 핵실험을 실시한 날이기도 하다. 미일 정상회담 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우선순위가 매우 매우 높다(very very high)”고 역설한 트럼프에게 김정은이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ICBM이 아니더라도 트럼프의 강경한 대응이 예상돼 한반도 정세가 출렁거릴 수도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 안팎에선 대북 선제타격론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가운데 다음 달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키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을 앞두고 한반도 주변엔 미국의 핵항공모함, 스텔스 전투기, 전략폭격기 등이 집결하고 있다. 유사시 김정은 정권을 순식간에 궤멸시키기에 충분한 전력이지만 한국과 미국이 전면전을 감수할 결의를 다지지 않는다면 김정은은 한미 양국 군의 연례 단합대회 정도로 여길 것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최근 방한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24시간 365일 소통하자”고 제안했던 대로 달라진 대응 방안을 실시간으로 논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부는 어제 북 미사일 발사 1시간 35분 뒤인 오전 9시 반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다. 탄핵 정국에서도 신속히 대처했다지만 만일 북 미사일이 서울 한복판에 떨어졌다면 이미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뒤였을 것이다. 김 실장과 마이클 플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화 통화를 한 만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북의 도발을 응징하는 방안을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 ‘배 째라’ 식으로 대드는 김정은의 도발 야욕을 꺾을 수 있는 것은 엄포가 아니라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경제, 외교, 군사적 고통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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