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띄웠던 호남 “정권교체 베팅, 전략적 고민 시작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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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정국]안희정 1박2일 호남방문 동행 르포

5·18 학생기념탑 방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2일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공원에서 5·18민주화운동 학생기념탑을 찾아 당시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5·18 학생기념탑 방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2일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공원에서 5·18민주화운동 학생기념탑을 찾아 당시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충남을 넘어 ‘호남의 엑소(아이돌 그룹 EXO)’가 돼 주세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2일 광주 북구 전남대 중앙도서관에 들어서자 기다리던 지지자들이 그를 반겼다. 안 지사의 젊은 이미지를 강조한 별명 ‘충남엑소’를 빗대어 환영한 것. 전남대를 찾은 백희숙 씨(38)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안 지사를 잘 몰랐지만 요즘은 지지율이 뜨면서 어느 모임을 가나 안 지사가 회자된다”고 말했다.

지난주 갤럽조사에서 지지율 19%로 1위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29%)를 추격하고 있는 안 지사는 11일부터 1박 2일간 전남 목포와 광주를 차례로 찾아 호남 민심을 얻는 데 총력전을 펼쳤다. 11일에는 목포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방문해 “1971년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주류에 도전한 김대중의 정신, 2002년 노무현의 도전으로 기적을 만들었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한 걸음 진일보했다”며 “2017년은 기적과 새로운 한 걸음을 향한 안희정의 도전이 민주당과 함께 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12일에는 광주 5·18민주화운동 묘역과 학생기념탑을 참배했다. 안 지사는 “극도로 오랫동안 차별을 받은 것이 호남의 한인데, 제가 김대중과 노무현의 역사를 잇는 장자가 되겠다”고 역설했다.

안 지사가 호남에 공을 들이는 것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호남의 비중이 그만큼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안 지사는 2002년 ‘노풍’(노무현 바람)처럼 첫 경선지인 호남에서 안풍(安風)을 일으켜 역전하겠다는 전략이다. 호남에서 문 전 대표와 대등하게 승부를 펼치면 두 번째 경선지인 고향 충남에서 역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안 지사도 달라진 호남의 분위기를 감지한 듯 “꽃도 피는 계절이 다른데 저에게도 제 계절이 있을 것”이라며 “목포와 광주에서 시민들이 악수를 내미는 손이 (예전과) 전혀 다르다. 가장 강력한 정권교체 카드가 되겠다”고 했다.

기자가 안 지사의 주말 일정에 동행하며 만난 목포와 광주 시민들은 “호남의 전략적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했다. 지난해 4·13총선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를 밀었던 호남 민심이 촛불정국 이후 정권교체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민주당 문 전 대표에게 향했지만 최근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으로 “지켜보자”는 사람이 늘고 있는 분위기였다.

광주의 택시 운전사 강대중 씨(48)는 “호남은 항상 자기 현금을 맡길 곳을 찾아왔는데, 문 전 대표가 가장 이자율이 높아 보였지만 언제든지 다시 찾을 수 있다”며 “안 지사가 지지율이 25%까지 치고 올라가면 호남 민심이 양팔저울처럼 급격히 기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 30대 젊은층에선 아직 문 전 대표에 대한 지지가 높은 편이다. 전남대 3학년생 박태언 씨는 “안 지사에 대한 관심이 최근 높아지고 있지만 젊은이들은 아직 그가 누군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문 전 대표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나승헌 씨는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안풍이 현재 섭씨 90도까지는 올라왔는데, 물이 펄펄 끓기 위해선 한 방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에 대한 기대감도 아직 남아 있었다. 총선에 이어 대선에서 안 전 대표를 밀겠다는 한 시민은 “최근 지지율이 주춤하고 있지만 안 전 대표의 행보가 가장 일관된 것 같다”고 했다.

대연정 제안 등 안 지사의 중도 전략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대학원생 이준현 씨는 “중도보수인 바른정당까지는 괜찮아도 새누리당에는 연정을 제안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목포 시민 민지환 씨(57)는 “김대중 대통령도 ‘안정 속 개혁’을 했는데, 대연정은 아주 상식적인 얘기가 아닌가”라며 안 지사를 옹호했다.

목포·광주=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안희정#노무현#호남#정권교체#충남#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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