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에 대한 구속영장을 14일 다시 청구한 직후 삼성그룹은 충격에 빠졌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인사와 채용 등 주요 경영 계획이 ‘올스톱’된 상태에서 맞은 특검의 조치를 두고 삼성은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삼성은 특검이 구속영장 재청구 사유로 제시한 ‘뇌물 공여’ 등에 대해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은 결코 없다”고 줄곧 부정해 왔다. 처음 영장이 청구된 지난달 16일엔 “특검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면으로 반박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삼성은 14일에도 “대통령에게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주거나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결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또 “법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영장 기각 이후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늘어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과정과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이슈,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 등을 전방위적으로 들여다봤다. 삼성은 사태 초기만 해도 ‘언론 플레이’ 논란을 의식해 각종 의혹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영장 기각 이후 조목조목 반박 자료를 내놓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가만히 있다가는 설령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이미지 훼손과 평판 악화로 인해 이 부회장이 지도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질 거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검은 ‘삼성 지배구조 전문가’이자 ‘삼성 저격수’로 꼽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12일 오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이튿날 오전 3시까지 조사했다. 김 교수는 특검에 다녀온 뒤 “영장 기각 이후 특검이 새로운 증거를 대거 확보함으로써 수사가 충실히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대선 주자들의 행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청구하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기업이 마치 ‘범죄 집단’처럼 취급되면서 해외 사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기업과 기업인의 법적, 도덕적 문제에 특히 민감한 해외에서는 투자자나 파트너사가 등을 돌릴 수 있다. 삼성전자는 매출의 약 90%를 해외에서 거둬들인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 중 85%를 해외에 팔았다. SK하이닉스, LG전자 등 다른 주요 기업들도 대부분 해외 매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로 인해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 과정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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