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언론 “수년간 사업거점 삼아… 리정철 등 北공작원 은밀히 데려와”
리정철, 암살때 운전사 겸 연락책… 배후엔 “정찰총국” “225국” 엇갈려
김정남 살해 사건의 배후 총책은 말레이시아를 수년간 사업 거점으로 삼으며 주요 인맥을 심어 온 리재남(57)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재남은 리정철(47·체포)을 이용해 용의주도하게 공작원들을 탈출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 “리재남이 막후 기획자”
말레이시아 현지 중문지 둥팡(東方)일보는 20일 경찰 조사 결과 리재남이 암살의 막후 기획자 역할을 했고 다른 북한 용의자들과 함께 북한으로 도주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20일 보도했다.
리재남은 몇 년 전 말레이시아에 건너와 현지 상인들에게 북한 건강보조식품과 인삼 등 약재를 판매하는 무역 파트너 업무를 했다. 그는 “사업에 활용한다”며 리정철을 포함한 북한인들을 추천해 데려왔다. 북한 공작원들을 은밀히 데리고 와 현지 곳곳에 심어둔 것이다. 경찰은 현재 리재남이 데려온 북한인들을 조사 중이다.
현지 소식통은 둥팡일보에 “리정철은 용의자를 차로 태워주는 운전 담당이자 연락책이었다”며 “리정철은 공항에 나타나지 않고 (경찰 시선을 분산시키는) ‘성동격서(聲東擊西)’ 방식을 썼기 때문에 나머지 용의자들이 출국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리정철이 평소 온라인에서 대남 정보활동을 하는 이른바 ‘사이버 공작원’으로 활동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말레이시아를 해외 사이버전의 거점으로 삼고 있다. 리정철은 건강보조식품을 취급하는 ‘톰보 엔터프라이즈’의 정보기술(IT) 부서에서 일했다고 한다.
○ 작전 성패에 대한 평가 엇갈려
북한 공작기관 고위 간부 출신의 탈북민 A 씨는 20일 “북한으로선 목표를 달성했으니 성공으로 평가할 것”이라며 “해외 작전 경험도 많지 않아 신원 노출은 불가피한 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도 “일처리를 매끄럽게 마무리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작전 자체를 실패했다고 단정 짓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군 출신인 김정아 통일맘연합 대표는 “공작원은 신분을 외부로부터 철저히 감춰야 하는데, 신분이 노출되면서 결과적으로 북한에 해를 끼쳤다”고 지적했다. 김정남 테러에 관여했던 공작원들의 향후 처우에 대해서도 “큰 포상을 받을 것”이란 의견과 “흔적을 그대로 남겨 처벌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배후로는 정찰총국이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해 “6, 7개의 전문국으로 구성된 정찰총국은 인민무력성 소속이지만 김정은이 직접 관할한다”고 보고했다. A 씨도 “북한 공작 편제에서 사람을 죽이는 테러는 정찰총국이 담당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 대남공작 기구인 내각 산하 문화교류국(옛 노동당 225국)의 소행으로 보는 탈북 인사도 적지 않다.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명예이사장은 “이한영 암살(1997년) 등을 주도해온 225국 소속 요원들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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