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언론 겨냥해 “그들은 敵”
백악관, NYT-CNN 기자들, 비공식 브리핑 참석 금지시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9일로 예정된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만찬에 불참하겠다고 25일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1920년 이후 매년 백악관 출입기자단 주최로 열리는 이 행사는 대통령 부부는 물론이고 국무, 국방장관 등 각료들과 상하원 주요 정치인, 재계 등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왔다. 트럼프도 2015년까지 자주 초청돼 참석해 왔다. 농담을 곁들인 현직 대통령의 연설은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런 만큼 트럼프의 불참 선언은 사실상 주류 언론과의 전면전 선포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트럼프는 24일 메릴랜드 주에서 열린 연례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15분간 주류 언론을 취임 후 가장 강력한 어조로 비판했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이 기립박수를 치자 “아마 여러분이 지금 앉는다면 주류 언론은 ‘트럼프가 CPAC에 참석해 기립박수도 못 받았다’는 식으로 보도할 것”이라고 말한 뒤 “우리는 지금 가짜 뉴스, 허위 뉴스와 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가 며칠 전 가짜 뉴스들을 미국인들의 적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그들은 적”이라며 “매우 부정직한 언론은 구체적인 출처도 없이 얘기를 지어내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의 이 발언 몇 시간 후 백악관 숀 스파이서 대변인은 급기야 기자회견장이 아닌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진 비공식 브리핑에 트럼프를 비판해 온 뉴욕타임스, CNN, 로스앤젤레스타임스, 폴리티코 기자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초강수를 뒀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 일부 기자에게 유세 현장 취재 허가를 내주지 않은 적은 있지만 취임 후 브리핑 참석을 금지한 것은 처음이다. 반면 백악관에 우호적인 취재를 해 온 브라이트바트 뉴스, 원 아시아아메리카뉴스 네트워크를 비롯한 일부 보수 매체는 브리핑에 참석시켰다.
주류 언론도 일제히 반격에 나섰다. CNN은 “이 조치로 ‘견제와 균형’이라는 미국의 정신이 무너졌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고, AP통신과 시사주간지 타임은 백악관의 조치에 항의해 스파이서의 비공식 브리핑에 불참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의 제프 메이슨 간사는 성명을 내고 “강력 항의한다”며 기자단 차원의 공식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언론의 비판 기능을 인정한) 미국 민주주의 이상에 대한 명백한 모욕”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TV 광고를 제작해 26일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방송 시간에 내보내기로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항의의 뜻으로 홈페이지의 제호 바로 아래에 ‘민주주의는 암흑 속에서 죽는다(Democracy Dies in Darkness)’는 문장을 추가했다.
트럼프와 언론의 정면충돌에 워싱턴 정가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대변인이었던 애리 플라이셔는 CNN 인터뷰에서 “백악관의 조치는 현명하지 못했고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