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말레이 경찰, 주사기-장갑도 발견… 체포된 리정철 숙소와 2km 거리
“김정남, VX 공격 15~20분뒤 사망”… 말레이 장관들 “北과 단교” 촉구
후지TV “범행 당시 北용의자 3명, 공항 현장서 김정남 포위하듯 움직여”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 암살 사건을 주도한 북한 국적 용의자들이 임차한 콘도 건물 내에서 다량의 화학물질을 찾아내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정남을 사망시킨 맹독성 신경 독가스인 ‘VX’가 이곳에서 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인 ‘더스타’와 싱가포르의 ‘스트레이트타임스’ 등에 따르면 압둘 사마 맛 말레이시아 슬랑오르 주 지방경찰청장은 23일 진행된 압수수색에서 화학물질이 발견된 콘도가 도주한 4명의 북한 국적 용의자(리재남 오종길 홍송학 리지현) 명의로 임차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마 청장은 “어떤 물질이 발견됐는지 알려줄 수 없지만 화학, 법의학, 방사능 관련 팀들이 분석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 콘도에서 화학물질 샘플과 화학물질을 다루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주사기, 장갑, 신발 등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시내 잘란클랑라마 지역에 있는 ‘베르브 스위트’란 이름의 이 콘도는 24층 규모로, 고급 주거 및 사무 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현지 경찰에 체포된 북한 국적 화학 전문가 리정철이 살던 아파트와도 약 2km 떨어진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은 김정남의 사망 원인이 ‘VX’ 중독이라는 부검 결과를 공식 확인했다. 사타시밤 수브라마니암 말레이시아 보건장관은 26일 “(김정남이) 노출된 VX의 양은 매우 다량이어서 심장과 폐에 빠르게 심각한 악영향을 줬다”며 “(김정남은 공격당한 뒤) 15∼20분에 아주 고통스럽게 사망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경찰과 보건부가 김정남 암살 사건의 ‘북한 기획 증거’를 속속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이 나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대북 발언도 강경해지고 있다. 일부 장관들은 ‘말레이시아가 한국과 결탁했다’, ‘말레이시아 경찰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 등 외교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표현을 써가며 자국을 비난한 북한과의 단교를 주장하고 있다.
현지 영자 매체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나즈리 압둘 아지즈 관광문화장관이 25일 “북한과 외교관계를 단절해도 상관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과 관계에서 어떤 이득도 없다”고 꼬집었다. 무스타파 모하멧 국제통상산업장관도 이날 “북한대사가 내정에 간섭했다”고 비판했다. 국방부, 교육부, 청소년체육부 장관들도 잇따라 북한과의 외교관계 재검토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맛 자힛 하미디 부총리는 24일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후지TV는 26일 미국 전문가와 함께 김정남 암살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도주한 북한인 용의자 4명 중 리재남 등 3명이 범행 현장 인근에서 김정남을 포위하듯 움직였다고 전했다. 김정남을 직접 공격한 여성 용의자 도안티흐엉(베트남)과 시티 아이샤(인도네시아)가 ‘작전’에 실패했을 때 후속 공격을 하려는 포석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후지TV는 보도했다. 당초 이들은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카페에서 두 여성의 범행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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