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 ‘안보 이슈’에 촉각
문재인 “사드, 전략적 모호성 필요”
안희정 “한미동맹 기초한 국방 인정”
이재명 “사드는 안보에 도움 안돼”
유승민-남경필은 “전술핵도 필요”
韓국방 “비핵화 견지” 재배치 신중
북한이 잇달아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안보 이슈가 조기 대선 레이스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조기 배치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문제 등 안보 관련 쟁점을 놓고 여야는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권은 안보의 중요성을 부각해 보수 결집에 나선 반면 야당은 북한을 비판하면서도 북풍(北風)이 대선 판도에 미칠 영향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 사드 공방에 기름 부은 미사일 도발
6일 여야 대선 주자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하지만 북한 도발에 대한 대책은 엇갈렸다. 특히 쟁점으로 부각된 사드 배치를 두고 찬성과 반대, 유보로 갈라져 각각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대선 주자 합동토론회에서 “(사드 배치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필요도 있다”며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지만 외교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 문제를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기존 태도를 고수한 것이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거듭 주장했다. 이 시장은 “한반도 안보에 도움이 되면 백번이라도 해야 하지만 사드 배치는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어떻게든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한미동맹에 기초한 안보국방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왜 지도자들이 분명하게 한미 문제를 얘기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두 후보와 각을 세웠다.
여권 대선 주자들은 사드 조기 배치와 함께 전술핵 재배치를 촉구하며 야권 대선 주자들을 향해 공세를 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북한이 끊임없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선의 방어책은 사드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문 전 대표만 사드 배치에 승복하면 안보 혼란을 막을 수 있다”며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는 시의적절한 결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사드 배치로 경제가 어려워지는 때에 전술핵 재배치는 경제 재앙이 될 수 있다”며 “한반도에서 핵무기 경쟁을 하자는 것”이라고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 안보 이슈가 대선 정국 흔드나
여야 대선 주자들이 북한 미사일 도발과 사드 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안보 이슈가 대선 정국의 대형 변수가 될 수 있어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올해를 ‘핵무력 완성’의 원년으로 선언하면서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또 중국이 무차별 사드 보복에 나선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6, 7월까지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탄핵에 가려져 있던 안보 이슈가 크게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야당에서는 안보 위기감 고조로 사드 배치 찬성 여론이 커지면 야권 주자들이 수세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사드 배치를 조속히 완료해야 한다”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런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황 권한대행이 사드 배치를 서두르는 이유가 뭐냐”라며 “정부가 청개구리냐. 중국의 보복으로 롯데가 5조 원의 손해를 본다는데 국민을 다 죽이려고 작정했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맞서 사드 배치 등 방어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맞섰다. 다만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서는 “미국과 얘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부와 자유한국당은 7일 당정협의를 갖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중국 사드 보복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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