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있는 최고경영자 한 명이 거대한 기업의 체질을 통째로 바꿀 수 있을까? 적어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다.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SW) 기업에서 세계 최대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이하 클라우드) 기업으로 변신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얘기다.
전 세계 IT 시장을 호령했던 MS는 모바일 시장 성장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IT 업계 1위 자리를 내주고 만다. 한 때 700조 원이 넘었던 시가총액은 2010년에는 250조 원으로 줄어들었다. 결국 IT 업계 시가 총액 1위와 2위를 오랜 경쟁자였던 애플과 구글에게 내주고 3위로 내려 앉았다.
하지만 지난 1월 27일 MS의 시가총액은 5,103억 달러(약 582조 원)를 기록했다. 지난 2000년 이후 17년 만에 다시 시총 5,0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2,000년 윈도우로 전 세계 PC와 IT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MS에게 제 2의 전성기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W 기업에서 클라우드 기업으로
MS의 시가총액이 급상승한 이유는 클라우드 사업의 약진이다. MS는 2017 회계연도 2분기(2016년 10~12월) 핵심 클라우드 서비스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상승했다. 모든 항목에서 예상치를 상회한 결과다. 이러한 매출 상승이 주가 급등을 불러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러한 성과를 두고 "윈도우만이 전부였던 MS가 클라우드를 통해 V자 반등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변화는 창업 멤버였던 스티브 발머 대신 클라우드 전문가인 사티아 나델라가 MS의 최고경영자로 취임하면서 시작되었다. 나델라는 지난 92년 MS에 입사한 후 22년 동안 근무해왔고, MS 엔터프라이즈와 클라우드 사업을 이끌어온 인도 출신 기술자다.
나델라는 2014년 2월 최고경영자 취임과 함께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를 내세우며 기업의 방향을 SW에서 모바일과 클라우드를 위한 서비스 기업으로 바꿀 것임을 천명했다.
설치형 SW를 임대형 서비스로
변화는 두 가지 형태로 동시에 진행됐다. 첫 번째는 설치 및 판매 형태로 제공되던 기존의 SW를 클라우드 서비스로 전환하도록 전사에 지시한 것이다. 가장 먼저 전환된 SW는 전 세계 문서, 이메일, 협업 시장의 표준 MS 오피스다. 'MS 오피스 20XX'란 이름으로 설치형 SW(패키지)로 제공되던 기존의 방식 대신 클라우드 서비스인 '오피스 365'를 선보였다.
오피스 365는 설치형 SW의 단점인 비싼 구매 비용, 느린 업데이트 등을 해결한 혁신적인 서비스였다. 저렴한 초기 비용으로 빠르게 도입할 수 있고, 구독 기간 동안 언제나 최신 버전을 이용할 수 있어 환영받았다. 인터넷만 연결하면 언제 어디서나 즉시 이용할 수 있는 웹 버전과 강력한 기능을 제공하는 설치 버전을 함께 제공해 사용자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무엇보다 '오피스 스토어'라는 확장 프로그램 장터(마켓 플레이스)를 통해 서비스의 기능을 사용자 취향에 맞게 강화할 수 있었다. 현재 오피스 스토어에는 국내외 SW 개발사가 만든 2,000여개의 확장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아웃룩 등 직장인이 반드시 익혀야 하는 프로그램부터 원노트, 프로젝트, 쉐어포인트 등 사용법을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용 확장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서비스로의 전환은 오피스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기업을 위한 CRM/ERP SW '다이나믹스'도 클라우드와 인공지능을 접목한 서비스 '다이나믹스 365'로 거듭났다.
세계 최대의 클라우드 기업으로 거듭나
두 번째 변화는 기존의 서버, 엔터프라이즈 사업부를 클라우드 사업부에 통합하고 퍼블릭 클라우드 MS '애저(Azure)'의 비중을 확대한 것이다.
나델라는 가장 먼저 애저에서 윈도우의 색을 지우고 리눅스와 오픈소스의 색을 더했다. 애저는 한때 '윈도우 애저'라고 부를만큼 윈도우 관련 기술의 비중이 높은 클라우드 서비스였다. 내부 가상머신 대부분이 윈도우 서버와 MS의 데이터베이스(DB) 기술로 구동되었다. 반면 나델라는 'MS는 리눅스를 사랑합니다(Microsoft love Linux)'는 기조를 내세우며 애저 서비스 내의 리눅스와 오픈소스 DB 기술 비중을 강화했다. 그 결과 애저 속 전체 가상머신 가운데 30%가 리눅스로 구동될만큼 비중이 늘어났고, 온프레미스(자체구축)에 리눅스를 이용하던 많은 기업이 자사 서비스의 클라우드 전환을 위해 애저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애저에 대한 투자도 아낌없이 진행했다. MS는 애저 서비스를 위한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에 매년 1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전 세계에 100여개의 데이터센터와 38개의 리전(미션 크리티컬에 대비하기 위한 복수의 데이터센터)을 설립했다. 국내에 대한 투자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MS의 38개의 리전 가운데 33, 34번째 리전은 서울, 부산에 위치해있다. 현재는 타사의 데이터센터를 임차해 애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부산 지역에 직접 데이터센터를 설립해 애저뿐만 아니라 MS의 모든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속적인 투자와 시장의 클라우드 수요 증가 덕분에 애저 서비스는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지난 3분기 동안 애저의 사용량이 전년동기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현재 매달 12만 명의 고객이 MS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가입하고 있다. 또한 포춘 선정 500대 기업 가운데 90%가 애저를 이용해서 자사의 서비스를 혁신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기업 경영의 디지털화)을 진행하고 있다.
특정 산업부문에서 기업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가트너 매직 쿼드런트는 애저를 현재 인프라형 서비스(IaaS) 부문 1위인 AWS(아마존웹서비스)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경쟁자로 평가했다. AWS와 애저는 가트너 매직 쿼드런트 평가에서 유이하게 최고 등급인 리더로 평가받았다. 3위는 비저너리로 평가받은 구글 GCP(구글클라우드플랫폼)였으며, 그외 다른 인프라형 서비스는 틈새 시장(니치마켓)에 머무르는 수준이라고 평가받았다. 특히 MS는 평가 항목 18개 모든 부문에서 비전 완성도와 실행 능력을 인정받은 유일한 회사였다.
현재 MS 전체 매출의 28.4%는 오피스 365를 위시한 오피스 사업부(Productivity & Business Process)에서 나오고 있고, 26.4%는 애저를 비롯한 클라우드 사업부(Intelligent Cloud)에서 나오고 있다. 나델라가 진행한 두 가지 혁신이 전체 매출의 1위와 2위를 차지한 것이다. 한때 MS의 핵심 사업이라고 여겨졌던 윈도우 운영체제 사업부는 전체 매출의 3위에 불과하며, 4위는 개인 사용자용 기기(서피스 등)와 게임(엑스박스) 사업부가 차지하고 있다.
전체 클라우드 시장 1위를 바탕으로 인프라형 서비스 1위를 노려
클라우드 서비스의 유형을 인프라형 서비스로 축소하면 현재 시장 1위는 AWS다. 하지만 클라우드 서비스의 유형을 인프라형 서비스(PaaS)와 소프트웨어형 서비스(SaaS)로 확대하면 시장 1위는 MS의 것이다. MS는 인프라, 소프트웨어의 우위를 바탕으로 인프라 시장의 점유율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MS를 인프라, 플랫폼, 소프트웨어 등 모든 클라우드 서비스 유형에서 리더에 해당한다며, "MS 애저가 인프라형 시장에서 AWS에 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플랫폼과 소프트웨어형 시장으로 시각을 확대하면 압도적인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테크놀러지 비즈니스 리서치의 앨런 크리스 수석 애널리틱스는 "AWS가 클라우드 시장의 절대 강자라고 생각되기 쉬우나, 이는 클라우드의 영역을 인프라에만 한정지어서 생각한 것이다. AWS는 소프트웨어형 서비스나 온프레미스(자체 구축) 영역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다. 인프라, 소프트웨어, 온프레미스 등 클라우드에 연관된 모든 서비스를 놓고 통계를 내보면 2016년부터 MS가 매출 1위를 지키고 있으며, 향후에도 계속 지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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