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선제타격론을 대북정책 옵션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은 ‘북한 핵문제 해결’이라는 비전과 ‘구체적 수단’ 사이에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과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당선 전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수 있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대화에 나서지 않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결국 출범 2개월이 되어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을 최우선 외교안보 현안으로 두고 있는 것은 맞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생각하지 못한 기상천외한 대북정책을 발표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현실로 확인된 셈이다.
○ 1순위 카드에서 빠진 선제타격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선택지에서 제외된 선제타격은 엄밀한 용어로는 ‘예방타격(preventive strike)’이라고 한다. 북한의 구체적인 전쟁 도발 징후가 아직은 없지만 핵·미사일 개발이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을 넘었다고 판단될 때 미리 관련 시설을 파괴하는 것이다. 북한의 전쟁 도발이 임박했다고 판단될 때 먼저 군사적 작전을 감행하는 본래 의미의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 옵션까지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오바마 행정부도 예방타격 같은 군사적 해결책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일찍부터 선을 그었다.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은 15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북한의 핵 시설이 대부분 지하나 산속에 숨겨져 있어 탐지가 어렵고, 서울에서 불과 30마일(약 48km) 떨어진 곳에 대포 수천 문을 배치해 놓은 북한이 선제타격에 보복할 경우 대규모 인명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의 군사적 대응이 시작되면 중국이 이를 틈타 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키울 빌미를 주게 된다는 점도 감안됐다고 한다.
북핵에 대응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카드도 현실화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미국은 이미 1991년 한국에서 전량 철수한 뒤 미국의 핵 시설에 보관하고 있는데, 이를 다시 꺼내 한국으로 배치하는 데는 천문학적 비용과 정치적 논란이 따른다.
○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도 난항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백악관도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필요성을 공감하고 국무부에서도 동조 의견이 많지만 이 문제는 법률적으로 완비되어야 북한의 반발 등 추후 논란을 피할 수 있다”며 “하지만 법률을 담당하는 일부 부서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만한 구체적인 정황과 법적 근거가 필요한데 이게 부족하다는 것으로 역시 오바마 행정부의 고민을 그대로 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VX 가스를 이용한 김정남 피살 사건이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위한 결정적 모멘텀이 됐지만, 이 역시 북한의 관련성을 국제법적으로 확인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점이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더라도 최대 수개월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대화 가능성 차단하고 중국 변화에 기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비핵화’ 조건을 단 것은 당분간 북-미 간 의미 있는 대화가 없을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김인룡 차석대사도 13일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하는 목적이라면 어떤 종류의 대화에도 관심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워싱턴 외교가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현실적으로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전면 이행 등 ‘중국 압박 카드’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북한의 핵 개발을 막는 것보다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막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에 얼마나 동참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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