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위협 대응 방안으로 신중하게 검토했던 ‘선제 타격’을 선택지에서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핵을 포기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는 북한과의 대화에는 나서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북 압박의 상징적 조치 중 하나로 꼽히는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방안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진통과 난항이 계속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토대로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해 온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도로 오바마’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저지할 실용적 대안이 생각보다 많지 않음을 새 행정부가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 국무부의 한 소식통은 1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지휘 아래 수립되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새 대북 정책에서 북한의 핵시설 등을 선제 타격하는 방안이 최종 제외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미 국가안보회의(NSC)는 지난달부터 북핵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놓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 왔으며,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 대북 정책을 보고해 확정할 예정이다.
다른 소식통도 “북한이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을 향해 대응 반격을 할 경우 미국의 우방인 한국과 일본이 전쟁에 휘말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태평양에서 중국의 입지가 커질 가능성까지 있어 선택지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 선제 무력사용은 한미일에 대한 북한의 도발이 임박해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나 가능하다는 뜻이다.
미국 정치권과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촉구하거나 지지하고 있지만, 주무 부처인 국무부는 법률 조건 미비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핵 위기가 고조됐던 오바마 행정부 임기 후반에 미국이 구상할 수 있는 대북 카드는 사실상 다 나왔다”며 “트럼프 행정부도 이 카드를 놓고 우선순위를 어떻게 조정하느냐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비핵화가 빠진 대화 불용 원칙도 오바마 행정부에서 확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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