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하에서 흑백이 용과 호랑이처럼 맞섰다. 인간 랭킹 1위인 커제에게 기계와의 이 같은 힘겨루기는 자존심 문제다. 적어도 전투에서는 밀릴 수 없다는 각오이기도 하다.
알파고의 첫 수는 흑 49. 서로 맞붙어 싸울 때는 섣불리 단수하는 것보다는 한쪽을 늘어서 힘을 비축하는 게 훨씬 좋은 경우가 많다.
커제의 대응은 백 50. 흑을 끈끈하게 따라붙어 계속 전투를 유도한다.
알파고도 전혀 물러나지 않는다. 흑 51, 53으로 단수하면서 뚫고 나가 전선을 확대한다. 흑 53으로 참고도 1을 선수하고 3으로 물러서는 것은 좋지 않다. 백 10까지 흑이 하변에서 얻은 실리보다 우변 백 모양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흑 53의 강수에 커제 9단 역시 백 54로 흑을 절단한다. 어느 쪽도 물러나지 않아 전면전은 불가피해졌다.
그런데 좌하 흑이 두텁기 때문에 아무래도 전투의 환경은 흑에게 조금 유리해 보인다. 흑은 여기서 55로 단수하고 57로 한 칸 뛰어 일단 하변 흑부터 살리고 나선다. 백에게 더 싸울 건지, 양보할 건지를 선택하라고 한 것. 커제 9단은 일단 백 58로 뻗어 양보를 택했다. 하변에서 계속 싸우는 건 역부족이라고 보고 우변을 키우는 작전으로 변경했다. 전면전 대신 화해를 택한 것이다.
댓글 0